[이지스터디/언어영역]‘고향’ ‘나의 길’··· EBS에 등장한 ‘낯선 詩’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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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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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연계 분석 [2]


《올해 교육방송(EBS) 교재에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문학 작품이 많이 실렸다. 18종 문학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EBS 교재에만 실린 작품도 있다. 이는 출제자에게 보다 많은 출제 자료를 주기 위함이다. EBS 교재에 실린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2012학년도 수능에서도 EBS 교재와 강의를 많이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학습 계획을 세워 EBS 교재에 나오는 글과 문학 작품, 문제를 꼼꼼히 공부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글이나 문학 작품이 지문으로 나오면 지문 독해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문제풀이도 훨씬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 작품은 EBS 교재에 수록된 작품의 목록을 정리해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BS 교재를 공부할 때는 문학 작품의 주제, 제재, 시점, 표현상의 특징 등을 충분히 익혀 두도록 하자. 그래야 조금 변형되거나 새롭게 출제되는 문제도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수능특강’ 교재에 실린 작품 중 생소하지만 출제 가능성이 높은 현대시를 살펴보자.

수능특강 교재에는 현대시 작품 30여 개가 실렸다. 수험생에게 익숙한 시로는 △김혜순의 ‘납작납작’ △천양희의 ‘한계’ △김수영의 ‘풀’ △신동엽의 ‘산에 언덕에’ 등이 있다. 이외 20여 편이 생소한 작품이다.

새롭게 등장한 작가를 먼저 보자. 박용철의 시 ‘고향’이 눈에 띈다. 박용철은 1930년 김영랑과 함께 잡지 ‘시문학’을 창간했다. 잡지 창간호에는 그의 대표작인 ‘떠나가는 배’, ‘비 내리는 밤’, ‘싸늘한 이마’ 등이 발표됐다. 시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시론도 실렸다. 대표적인 시론으로 ‘시적 변용(變容)에 관하여’가 있다. 박용철은 계급주의와 민족주의를 동시에 배격하며 순수시 운동의 이론을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박용철의 시 ‘고향’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설의적 표현을 통해 체념적인 정서를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은 반어적으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 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 상실의 서러움을 주로 표현한다.

시의 이해는 시적 화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시에 드러나는 화자는 어머니의 무덤을 등지고 고향을 떠나서 살아왔다. 시의 화자가 가야 할 고향은 ‘험한 발에 짓밟힌 고향’이다. 이미 변해 버린 고향이기에 돌아가고자 하는 소망은 소용없다.

결국 이 시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피폐해진 고향을 생각하며 고향에 대한 상실감을 노래하는 시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늑하고 평화로운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한 고향의 모습이 사라졌음을 나타냄으로써 식민지 시대의 고향 상실의 비애감을 느끼게 한다. 독백의 어조로 짓밟힌 우리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까지 표현한다. 정지용의 ‘고향’, 신경림의 ‘고향길’, 오장환의 ‘고향 앞에서’ 등과 맥을 같이 한다.

고향을 노래한 시에는 유치환의 ‘귀고(歸故)’도 있다. 이 시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느끼는 감회를 그려냈다.


화자는 똑딱선을 타고 그리워하던 고향에 도착했다. 3행부터 마지막 행까지가 하나의 문장처럼 호흡이 이어지며 화자의 설레고 들뜬 감정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오랜만에 고향 풍경을 접하고 부모님을 만나는 시적 화자의 즐겁고 경쾌한 마음이 시행 배열을 통해 나타난 것. ‘헌 책력처럼 애정에 낡으신 어머님’과 ‘신간을 보는 나’는 극명히 대비된다. 화자는 어머니의 품에서 비로소 ‘그림책을 보는 아이’로 돌아갈 수 있다. 잃어버린 순수를 찾아주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화자가 고향을 느끼고 있음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고향’은 하나의 구심점이다. 선창가→마을 입구→유약국→아버지, 어머니로 이어지는 과정은 시간의 소급행위로 형상화된다. 시는 여러 경계를 지나 구심점에 이르고 있으며 그곳에서 고향의 아늑한 품에 안기게 된다.

같은 식민지 시대 작가로서 정지용의 ‘오월 소식’도 생소한 작품이다. ‘오동나무 꽃으로 불 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 오려니,/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곤소곤 거리는구나./(중략)/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ㄹ간 소리....’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김소월의 시 ‘그를 꿈꾼 밤’도 생소하다.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야밤중, 불빛이 발갛게/어렴풋이 보여라//들리는 듯, 마는 듯,/발자국 소리./스러져 가는 발자국 소리.//아무리 혼자 누어 몸을 뒤채도/잃어버린 잠은 다시 안와라.//야밤중, 불빛이 발갛게/어렴풋이 보여라.’ 이 시의 화자는 잠이 깬 뒤 들릴 듯 말 듯한 스러져 가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그’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한용운의 ‘나의 길’도 역시 생소한 작품이다. 이 시는 임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산에는 돌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중략)/의(義)있는 사람은 옳은 길을 위해서 칼날을 밟습니다./(중략)/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하략)’

이 시는 ‘나의 길’을 ‘님의 품에 안기는 길’과 ‘죽음의 길’ 두 가지로 한정시킨다. ‘다른 길’은 선택할 수가 없다. ‘다른 길’은 세파에 영합해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고 살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길을 피해가는 방법은 임의 품에 안기는 길밖에 없다. 자신에게 두 개의 길밖에 없다는 인식은 그 어떤 고통과 시련도 참아 내면서 임의 품에 안기는 순간까지 노력하겠다는 화자의 의지를 보여준다. 시에 접속어 ‘그러나’와 ‘그런데’를 사용해 시상의 흐름에 변화를 주었다.

식민지 시대의 생소한 시로는 백석의 ‘멧새소리’를 꼽을 수 있다. 시의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제목을 사용함으로써 현실이 매우 냉혹하고 부조리함을 드러냈다. 이 시는 화자의 처지를 명태와 동일시하고 읽어야 한다.


이 작품은 ‘명태’를 객관적 상관물로 사용해 춥고 외로운 처지에 있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시의 처음 부분에서는 꽁꽁 언 명태를 말리는 장면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듯하다 점차 그 명태를 보는 화자의 심정으로 옮아간다. 결국 시적 화자는 꽁꽁 언, 길고 파란 명태의 모습이 자신과 닮았다고 인식한다. 즉, 화자 자신도 명태처럼 춥고 외로운 처지에 있음을 표현한 것. 가슴에 기다란 고드름이 달렸다는 표현은 말할 것도 없이 화자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음을 일컫는다. 처마 끝에 얼어붙은 명태에 대한 차가운 묘사와 대상이 처한 상황에 착안하여 화자의 인식을 드러낸다는 점이 특징. 더불어 시를 읽으며 객관적 묘사에서 주관적 인식으로, 객관적 대상에서 주관적 동일시로, 외부에서 내면으로의 이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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