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계’ 처음 100도 못넘기고 92.4도서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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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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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회 비리에 시민들 ‘회초리’

기업과 개인 모두 기부가 크게 줄면서 올해 ‘사랑의 온도계’가 결국 100도를 넘기지 못했다. 사랑의 온도계가 100도를 넘지 못한 것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랑의 온도계를 설치한 200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성금 유용 등 비리 사건을 저지른 공동모금회에 대해 국민이 회초리를 든 셈이다.

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희망2011 나눔 캠페인’의 최종 모금액이 2072억 원으로 당초 목표액 2242억을 크게 밑돌아 92.4도를 기록한 채 종료됐다고 1일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액을 전년보다 30억 원 올려 잡았지만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170억 원이 줄어들었다. 올해 기업 기부는 총 1502억 원으로 전체 모금액의 72.5%다. 개인 기부는 57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개인기부가 695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개인이 낸 성금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성금 모금이 저조한 것은 비리 사건으로 국민이 등을 돌린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의 공동모금회 감사 결과 일반 공공기관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공동모금회가 실제로는 공채 탈락자를 편법으로 채용하고 단란주점과 노래방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인사, 예산 집행, 사업 배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계가 100도를 못 넘겨 목표액 달성에 실패했다. 1일 서울 중구 정동 공동모금회 건물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 눈금이 최종 온도 92.4도에 멈춰 서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계가 100도를 못 넘겨 목표액 달성에 실패했다. 1일 서울 중구 정동 공동모금회 건물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 눈금이 최종 온도 92.4도에 멈춰 서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올해 캠페인에서는 전국 16개 지회 중 단 3곳만이 목표액을 달성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국민의 성원이 잇달았던 인천지회가 149.5도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공동모금회는 모금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도로 표시했다. 전국 지역 공동모금회에서 모인 성금 액수가 목표치의 1%를 초과하면 사랑의 온도계 눈금을 1도씩 올려왔다. 이 온도계는 국내 대표적인 기부 지표로도 활용돼 왔다.

모금 실적이 저조하자 공동모금회는 지난달 31일 모금회 조직과 관리·운영비를 30% 이상 축소하는 조직 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1일부터 기존 16개 지회를 13개로 축소 통합하기로 했다. 또 현행 16명인 1급 사무처장을 11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날 공동모금회는 중앙회와 다른 지회도 인원 감축을 진행하기로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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