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영하 40도의 시베리아 대륙 고기압이 한반도 전역을 덮치면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날 전국에서 수도관 동파로 인한 신고가 빗발쳤고 인구 50만 명의 경남 김해에서는 지름 2m가 넘는 상수도관이 동파되면서 대부분의 시민이 식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96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부산 등 기상관측 이래 전국 곳곳에서 기상관측 최저기록을 갈아 치운 가운데 사람들이 두문불출하면서 커피점과 노점상, 백화점 등은 한파로 매출이 뚝 떨어지는 등 사실상 개점 휴업했다.
○ 전국 곳곳서 수도관 동파…거리 썰렁, 상점 매출 ‘뚝’
최악의 한파로 16일 전국에서는 수도관 및 수도계량기 동파로 인한 사고 접수 전화가 빗발쳤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접수한 동파 신고만 3139건.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올 1월 15일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 4060건의 77% 가까이가 이날 접수된 것이다. 경남 김해에선 이날 오전 10시 반경 생림면 생림가압장의 지름 2100mm의 상수도관이 동파되면서 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물 공급이 중단됐다. 인천 강화도의 어민들은 최근 항구 앞바다까지 떠내려 온 유빙(流氷)으로 발이 묶였다. 유빙은 혹한에 얼었던 한강과 임진강의 얼음이 날이 풀리면서 깨져 바다로 흘러온 것으로 소형 어선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수도관 동파로 영업을 하지 못한 상점도 부지기수였다. 몇몇 술집과 슈퍼에선 가게 밖에 내놓은 생수와 소주가 얼어버린 탓에 판매를 할 수 없어 울상을 짓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T커피숍은 아침부터 문을 열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오후 늦게까지 영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가게 측은 서둘러 보수업체에 전화했지만 수리가 밀려 오후 4시경에야 겨우 얼어붙은 수도관을 녹일 수 있었다. 가게 관계자는 “매출 100만 원 손실에 수도관 수리비 40만 원 등 손해가 막심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은 열었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행인의 발길이 뚝 끊기며 매출에 타격을 받은 가게도 많았다. 평소 같으면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으로 꽉 찼던 명동 거리의 옷 신발 매장도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강남역 주변 야외 노점에서 스타킹과 양말, 레깅스를 팔고 있던 노점상 박윤길 씨(37)는 “오전 11시 반쯤 문을 열어 보통 오후 2시 반쯤 되면 10만 원어치는 파는데 오늘은 딱 두 개 팔았다”며 울상을 지었다.
○ 수도관 수리업체, 찜질방 반색
반면 동파 사고 탓에 수도관 수리 업체는 주말 내내 일감이 넘쳤다. 서울 노원구 상계3동의 수도관 수리업체 ‘홍가이버’ 심금식 대표(47)는 “평소 하루 한두 통인 수도관 동파 신고가 오늘은 65통”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 대표가 올린 매출은 200여만 원으로 평소 매출(20만∼30만 원)의 10배 가까이 된다. 그는 “도저히 원하는 시간에 못해줄 것 같아 거절한 게 더 많다”고 말했다.
방한용품을 판매하는 상점들과 찜질방, 스키장도 모처럼 ‘대목’을 맞아 호황을 누렸다. 서울 중구 중림동의 ‘실로암’ 찜질방 1층 매표소도 표를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회사원 성모 씨(31)와 홍모 씨(31·여)는 “오늘 정말 춥다고 해서 약속장소를 여기로 잡았는데 아주 좋다”며 웃음 지었다.
이날 백화점과 마트의 목도리·장갑 매대 앞도 밀려든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강원 평창군 용평스키장 등 도내 스키장 9곳에는 모두 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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