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내가 부당지시 내리면 나를 신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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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경찰 지휘부회의 소집

“만약 앞으로 내가 무슨 부당한 지시를 내린다면 나를 검찰이나 청와대에 신고하라. 하지만 다른 지휘관이 부당한 지시를 내린 사실이 적발되면 가만두지 않겠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긴급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지방청장들을 이같이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모두발언에서 “함바집 비리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자기성찰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모두 퇴장한 뒤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그동안 담아뒀던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조 청장이 ‘까놓고 말해보자’며 격정적으로 발언을 해 회의를 제대로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조 청장이 회의 말미에 “말이 거칠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을 정도라는 것. 그는 간부들에게 “다른 것도 아니고 경찰이 건설현장 근로자들 반찬값을 빼앗은 꼴 아니냐”며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고 간부들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경찰이 돈을 받든 안 받든 이권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 욕을 먹이는 짓이다. 그래놓고서 간부들이 직원들에게 비리 척결하라고 지시할 염치가 있겠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조 청장은 이날 경찰지휘부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상봉 씨 접촉 여부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41명이 유 씨와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고 공개하면서도 이들이 모두 유 씨의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아 유 씨를 만나고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비리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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