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육계 CEO 초대석/이창학 ㈜한솔영재교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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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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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해+과학체험, 영재교육의 본질이죠”

《“영재교육은 곧 선행과 반복 위주의 학습이라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큰 오해입니다. 영재교육이란 아이들의 성장시기마다 꼭 맞는 교육내용과 방식을 적용한 전문적인 학습전략입니다. 이는 결코 거창한 걸 뜻하는 게 아닙니다. 개념이해와 체험 중심의 과학교육, 이것이 영재교육의 본질입니다.”》
㈜한솔영재교육 이창학 대표는 개념과 체험 중심의 영재교육을 추구한다. 이 대표는 요즘 자신의 교육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책 출간과 강연회 준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솔영재교육 이창학 대표는 개념과 체험 중심의 영재교육을 추구한다. 이 대표는 요즘 자신의 교육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책 출간과 강연회 준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내 교육업계에 유아부터 중학생까지를 아우르는 영재교육 시스템을 갖춘 영재교육 전문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한솔영재교육이다. 영재학교 및 특수목적고 입시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이던 미래영재아카데미와 유아·초등 영재교육 전문기업인 한솔교육의 브레인스쿨이 합병해 새롭게 출범했다.

㈜한솔영재교육의 이창학 대표는 미래영재학원의 설립자이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영재교육의 키워드는 ‘개념’과 ‘체험’. 여기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 박사과정 수료 때부터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이 대표의 교육철학이 반영됐다.

스펙 위한 교육은 NO, 시간 걸려도 기초 확실히

“분명 고교 땐 미국 상위권 학생들보다 성적이 뛰어나던 한국 유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엔 점차 성적이 뒤처지는 일이 종종 벌어졌어요. ‘이유가 뭘까’를 고민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답은 ‘기본 개념’에 있더군요. 미국 학생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푸는 데 급급하지 않고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기초 체력을 탄탄하게 쌓아둔 덕에 보다 수월하게 대학의 심화과정을 따라갈 수 있었던 겁니다.”

이 대표는 2000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미래영재학원을 설립하고 개념이해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원 운영 초기엔 ‘진도가 너무 늦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초를 확실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당시엔 과학을 암기과목 중 하나로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과학공식이나 이론을 외우게 하는 학원이 적지 않았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따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확장시키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방식은 점차 진가를 발휘했다.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 중 일부가 각종 교내외 경시대회에서 수상했고 몇 학생은 국제올림피아드 한국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이후엔 과학고 및 영재학교 진학실적이 좋은 학원으로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미래영재아카데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무렵 이 대표에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책과 이론이 중심이 된 과학교육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고민의 시작이었다.

“기본적인 물리공식 중에 ‘거리 나누기 속력은 시간(s/v=t)’이란 공식이 있습니다. 초등 3학년 교과 수준의 물리공식이지만 중학교에 가서도 생소하게 느끼는 학생이 많아요. 좀 더 쉽게 공식을 체득하는 방법이 뭘까요? 장난감 자동차와 초시계를 이용해 직접 실험해보는 겁니다. 과학교육에서 실험, 즉 체험이 중요한 이유죠.”

이 대표는 체험 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미래영재아카데미 강사들과 힘을 모으고 발품을 팔았다. 영재학교 및 영재교육기관을 직접 방문하며 프로그램 준비에 필요한 자료를 모았다. 미국 영재교육을 롤 모델로 삼아 미국과학교사협회, 미국교육학회 등도 찾아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대표는 초등 수학·과학 영재교육 프로그램인 미래GT아카데미를 완성했다.

유아부터 고교생까지 영재교육 로드맵 완성할 터

미래GT아카데미 프로그램 개발과정은 이 대표의 교육사업에 큰 전환점이 됐다. 프로그램 개발과정 중 인연을 맺은 한솔교육 변재용 회장과 유아 영재교육 프로그램 브레인스쿨 개발자인 한국영재교육학회 오영주 부회장과 교육철학에 대한 뜻을 같이하게 된 것. 이 대표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육의 방향과 교육철학 등에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단편적 지식습득이 아니라 진정한 영재교육을 위한 연령별 로드맵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를 계기로 2008년 한솔교육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2010년 브레인스쿨 사업본부와 합병을 결정했고 ㈜한솔영재교육의 대표직을 맡았다.

이 대표는 “앞으로 ㈜한솔영재교육이 지향하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은 기존의 영재교육철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단순히 영재교육원 진학을 위한 영재교육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기보단 차근히 단계를 밟아가면서 사업을 성장시킬 계획이다. 그는 “제대로 된 수학·과학 영재교육을 위해 교사 채용부터 대우, 재교육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 혁신적인 운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요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철학을 학생 및 학부모들과 공유하기 위한 작업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0년이 넘는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재교육 노하우를 담은 ‘영재는 과학이다’란 책을 출간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 학부모들의 생생한 고민을 듣고 자신의 노하우를 직접 전달하기 위한 영재교육 강연회도 준비했다. 이 강연회는 17일 대전을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수원 원주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진행된다(상세 일정은 www.hansolgt.co.kr 참조).

“일반적으로 물리학자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 위해 수식을 쓰고 머릿속으로 계산만 할 거라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물리학자 대부분은 납땜하고, 액체질소를 이용해 용접하고, 매일같이 화학약품과 싸우고…. 이게 물리학이자 과학입니다. 모든 학생이 이런 과학의 본모습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지식과 경험을 쌓아주는 것, 그게 바로 제가 영재교육을 하는 목적입니다. 더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영재교육 로드맵을 마련해 한국 영재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싶습니다.”(이 대표)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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