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은 대통령 긴급조치 1호(1974년 선포)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면소(免訴)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국가가 형사보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수석부장판사 박홍우)는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구금됐다가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황모 씨(59) 등 6명에게 모두 3억1000여만 원을 지급하도록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또 내란음모 및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기소돼 지난해 무죄 및 면소판결을 받은 김모 씨(63) 등 2명에게는 1억500여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1호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단해 긴급조치 1호 위반 재심사건에서 면소가 아닌 무죄판결을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형사보상금은 무죄 판결이 났을 때 억울하게 구금된 기간에 대해 주어졌고, 재심 과정에서 적용 법률이 이미 폐지되는 바람에 유무죄 판단을 받지 못하고 면소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형사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 중인 긴급조치 2·9호에 대해서도 위헌 판단이 내려질 때에는 긴급조치 위반자 가운데 형사보상 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신헌법에 기초해 발동된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모두 589명이다.
재판부는 “황 씨 등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뒤 2009, 2010년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는데 긴급조치 1호가 최근 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아 무효가 됐으므로 이를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면소 판결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무죄를 받을 만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보상법은 면소를 받은 자가 면소가 아니었다면 무죄를 받을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 구금과 형의 집행에 대해 보상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2009, 2010년 기준 최저임금의 5배에 해당하는 하루 16만 원과 16만4400원을 구금일수에 곱해 1인당 약 5160만∼5340만 원을 지급받는다. 이는 형사보상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법정 상한액을 적용한 것이다.
황 씨는 경북대에 재학 중이던 1974년 유신헌법에 반대하거나 긴급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결의하고 선전문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323일간 구금됐으며, 2009년 12월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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