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받은 학생들 “재수해야하나”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8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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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망했다, 재수해야하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8일 오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올해 수능이 어려워 대부분 점수가 낮아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거나 재수 계획을 세우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에서는 TV를 보며 수다를 떨던 학생들이 오전 10시 성적표가 배부되면서 침울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성적표를 받은 이다이 양은 "부모님께 죄송하다. 재수를 하고 싶지만 부모님이 반대해서 고민 중"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석유림 양은 "언어영역이 평소보다 떨어져 속상하지만 각오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은 "수시 떨어졌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친구들이 걱정된다"고 말했고 다른 학생들은 수시 합격을 확정지은 친구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 학교 3학년 담임 조경신 교사는 "모두 정신없고 속상하겠지만 차분해야 한다"며 어두운 표정의 학생들을 다독였다.

같은 시각 종로구 덕성여고에서도 수시에 합격한 뒤 최저 수능등급을 넘은 학생들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정시 모집을 노리는 학생들은 성적표를 보며 "걱정했던 일이 발생해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EBS가 전혀 도움이 안됐다"는 불평도 나왔다. 이미 재수학원에 등록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수시 최종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생각보다 낮은 수능 점수를 받고나자 수시 불합격이 더욱 아까운 듯 했다. 종로구 배화여고의 이은주 양은 "면접이나 학내 활동은 모두 좋았는데 내신이 조금 모자랐던 것이 수시 불합격 원인이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덕성여고 이경숙 교사는 학생들에게 "재수할거라고 벌써부터 비관하지 마라"며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학생들을 달랬다. 이 교사는 "성적이 전체적으로 떨어져서 평소 성적이 좋았던 학생들이 다들 재수를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라며 "너무 기죽지 말라고 독려해야겠지만 점수가 너무 떨어져서 진학지도에 어려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내년부터 교육과정 개편으로 재수할 경우 인문계도 미적분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수능이 어려웠고 수험생 수도 늘었지만 재수생 수는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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