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기름유출 3년… 주민들 아직 아물지 않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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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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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000억 피해신청에 ‘쥐꼬리 보상’ 한숨

최근 피해 청구액 16억여 원 가운데 5400만 원만 인정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성익현 씨가 전복양식장이 있는 바다를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태안=지명훈 기자mhjee@donga.com
최근 피해 청구액 16억여 원 가운데 5400만 원만 인정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성익현 씨가 전복양식장이 있는 바다를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태안=지명훈 기자mhjee@donga.com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 사정 결과 기름이 생물 생존이나 생육에 영향을 안 줬다니 말 다했죠. 다른 피해자들은 양식업 첫 통보자인 저의 사례에 입을 다물지 못해요.”

6일 오후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해변에서 만난 전복 양식업자 성익현 씨(27). 보상금이 나오면 아버지의 사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며 전복도 없는 양식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해온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기름유출 전복 양식장(5ha) 피해 금액으로 16억여 원을 IOPC펀드에 신청했으나 며칠 전 그중 5400만 원만 인정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인 성정대 씨는 수협을 정년퇴직한 뒤 투자를 받고 대출을 얻어 2007년 전복 양식장을 시작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본 데다 자신이 맡았던 피해민손해배상대책위원장 일도 여의치 않자 올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3년. 123만 자원봉사자의 헌신 덕분에 태안은 청정 해안을 되찾았지만 주민 건강과 보상 문제 등으로 깊어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 최고 화두인 보상은 겨우 1.2% 진행, 그나마 ‘쥐꼬리’

충남도서해안유류사고대책지원총괄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IOPC에 청구한 기름피해 금액은 1조2169억1200만 원(6만9889건). 이 중 IOPC가 지급한 금액은 청구금액의 1.2%인 152억여 원(1422건)에 불과하다.

문제는 기름피해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성 씨의 경우 한국해양연구원과 인하대 등의 생물실험을 통해 기름이 전복 생사와 생육에 영향을 미친 근거를 제시했지만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IOPC가 청구금액 가운데 지급하겠다는 5400만 원은 관리비와 시설오염 피해 명목이다.

그렇다 보니 맨손어업은 더욱 인정받기 어려워 이번에 일괄적으로 156만 원을 보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피해보상 업무를 맡았던 손해사정인 조규종 씨는 “맨손어업 종사자의 경우 보상이 나오면 변제하기로 하고 받은 대부금(200만∼300만 원)의 일부를 되갚아야 할 형편”이라며 “태안읍에 있는 횟집 같이 해안과 떨어진 곳은 기름피해의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고 말했다.

○ 몰라보게 깨끗해진 해안, 주민 건강 우려는 여전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에서는 파도가 하얀 포말이 되어 부서졌다. 3년 전 자원봉사자들은 이 바다에서 양동이로 기름을 퍼내야 했다. 바닷가에 있는 송백회관 주인 강명자 씨(49)는 “경기 침체인 데다 자원봉사로 다녀간 사람들이 다른 관광지를 찾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수산물도 각종 안전성 검사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꽃게와 대하, 굴, 김 등 어족 자원의 상거래는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다만 국토해양부가 한국해양연구원에 의뢰한 조사에서 가루미, 소근리 갯벌 등의 유류 잔존 퇴적물에서는 여전히 사고 초기와 유사한 오염이 나타났다.

주민들은 건강이 걱정이다.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민 1만22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류유출사고 관련 태안주민 1차 건강영향조사’에서 주민들이 세포 손상과 호르몬 계통의 변화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기름에 노출된 빈도가 높을수록 심했다. 보건센터 관계자는 “태안지역 대기와 토양, 해안의 유류 유해성분 노출 규모는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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