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없는 42억짜리 수원시 호화판 ‘경관육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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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가 공연장을 찾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42억 원을 들여 건설한 호화판 경관육교가 이용객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화되고 있다.

6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8월 완공된 인계동 경기도 문화의전당과 야외음악당을 연결하는 경관육교(길이 67.7m, 너비 4.5m)의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간당 통행자가 20~3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3일과 5일 오전 9~10시, 오후 5~6시 하루 2차례에 걸쳐 이뤄진 조사에서 오전에는 각각 21명, 27명이 통행했고 오후에는 33명, 36명이 육교를 이용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이용객이 적은 이유는 경관육교 설치장소가 인파가 많은 사거리가 아닌 평소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문화의전당과 야외음악당 중간에 설치된데다 인근 사거리에 횡단보도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경관육교는 당초 건설계획수립 당시부터 막대한 건설비에 비해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시의회나 시민단체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가 수요예측조사 등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건설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일고 있다.

2008년 12월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는 경관육교와 관련된 설계용역비를 전액 삭감했으나 이튿날 본회의에서 부활됐기 때문이다.

당시 해당 상임위 위원장이었던 김효수 전 시의원은 그의 블로그에서 "당시 대다수 도시건설위원회 위원들은 호화육교 건설이 불필요하다며 경관육교 설계용역비 2억3000만 원을 만장일치로 삭감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되살아났고 시장이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유철수 시의원은 "1m당 6200만 원을 들여 건설한 육교의 시간당 이용객수가 10여 명에 불과한 반면 인근 횡단보도에는 시간당 수백 명이 통행하고 있다"며 "경관육교는 시민을 위한 것인지, 공사도급업체를 위해 설치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총공사비 100억 원 미만의 건설공사는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설기술관리법' 규정에 따라 하지 않았다"며 "경관육교를 수원의 랜드마크로 만들고 공원이용객의 안전과 문화시설 이용객의 편의 등을 고려해 건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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