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9개월 갈등’ 제주 해군기지, 우근민 지사 “건설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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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지역양보’ 윈윈 모색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올 7월 1일 취임 이후 표면적으로는 “제주 해군기지 갈등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약자의 목소리가 군과 행정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생했다”며 해군기지 건설에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제주도정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군기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정부 관계부처에 강정마을 주민 입장을 고려한 요구사항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제주도 안팎에서는 중앙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 지사가 전략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 지사의 해군기지 전격 수용 결정은 정부 측에서 상당한 답변을 얻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정마을을 포함한 해군기지 관련 지역발전계획에 대해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국무총리실이 각 부처 의견조율을 거쳐 지원을 의무적으로 수행하겠다는 내용을 제주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 총회 결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종착점으로 향하고 있다. 황용남 제주도 해군기지건설갈등해소추진단장은 “주요 행정절차가 이미 이루어진 상황에서 대안 없이 해군기지 사업을 장기간 연기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올 8월 2일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제주도는 후속조치로 입지 재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강정마을 측은 “다른 지역에서 해군기지 입지 선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진행하되 강정마을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당초 후보지로 거론됐던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남원읍 위미1리 등에서는 마을회의 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로 마을 갈등이 또다시 불거져서는 안 된다’며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히는 등 주민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도 “우 지사가 발표한 것은 강정마을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입장일 뿐”이라며 “마을총회 결과에 따라 주민들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우 지사와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마지막 일전이 예고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제주 해군기지 추진 일지

△2007년 4월=강정마을회 임시총회, 해군기지 유치 결정

△2007년 5월 11, 12일=제주도민 여론 조사. 제주도 전체 찬성 54.3%, 반대 38.2%. 강정마을 찬성 56.6%, 반대 35.0%

△2007년 8월=강정마을 총회에서 임시 총회 결정을 뒤집고 건설 반대 입장 표명

△2008년 9월=총리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해군기지) 개발방안 발표

△2009년 8월=김태환 제주지사 주민 소환투표 (투표율 11%로 주민소환 무산)

△2010년 2월=강정마을 주민과 시민 단체 반발로 착공 무기 연기

△2010년 5월=지역발전사업 지원 등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 정부 제출

△2010년 8월=제주도 제주도의회, 해군기지 건설 중단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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