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참사 1년…日유족들 천도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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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못다 한 삶 하늘에서 꽃피우소서. 사랑하는 가족을 남긴 채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로합니다.”

15일 오전 10시 경남 양산시 주진동 불광사 대웅전 앞뜰. 일본인 관광객 10명과 한국인 5명 등 모두 15명이 숨지고 일본인 관광객 1명이 부상한 부산 중구 신창동 가나다라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 1주년을 맞아 천도재가 열렸다. 올해 1월부터 희생자 재를 올리고 있는 불광사 주지 청봉 스님은 “이국에서 유명을 달리한 영령들의 원통함을 헤아릴 수 없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원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천도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재는 이승에 떠도는 혼을 모셔 법당으로 인도하는 ‘시련’으로 시작해 바람춤, 나비춤, 설법, 살품이춤 순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일본인 피해자 가족 대표인 오쿠보 신이치(大久保信一·65) 씨는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숨진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한일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은 1년 동안 고통과 슬픔을 겪었고, 부상자는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다시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사격장 화재 참사 1주년인 14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호텔 2층에서 한일 양국 희생자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다미쓰지 슈이쓰(民십秀逸) 재부산 일본 총영사와 사카이가와 히데오(境川秀生) 운젠(雲仙) 시 부시장, 배태수 부산시 복지건강국장, 이근후 부산관광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나가사키(長崎) 현 운젠 시 중학교 동창인 미우라 오시타다(三浦代史忠·38) 씨가 숨진 친구들에 대한 추억담을 들려주자 행사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한국인 피해자 가족 대표인 박현수 씨(40)는 “지금이라도 어머니가 막 달려올 것 같다”며 울먹였다. 박 씨의 어머니는 숨진 여행가이드 문민자 씨(당시 68세).

유족들은 이날 오후 2시 화재 현장을 찾아 하얀 국화를 영령들에게 바치면서 묵념했다. 사고 당시 유일한 일본인 생존자였던 가사하라 마사루(笠原勝·38) 씨도 참석해 인근 상가 상인들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의 얼굴에는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당시 숨진 이나다 아쓰노부(稻田篤信) 씨의 아들 이나다 유시(稻田勇志·16) 군은 “여행 가실 때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확실한 화재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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