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가상 화폐로 사고 팔고… 서울시 ‘e-품앗이’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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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문 줄테니 시험장까지 태워주세요”

“13일 초등학교 1학년 제 딸이 한자 시험을 보는데 아내와 제가 일이 있어서 딸을 시험장까지 데리고 갈 수 없게 됐습니다. 학교까지 좀 데려다 주실 분 있으세요.”

최근 ‘서울 e-품앗이’ 홈페이지(poomasi.welfare.seoul.kr)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시험을 보는 어린 딸을 시험장까지 데려다 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 글과 함께 밑에는 ‘희망 금액 : 2만 문(門)’이라고 적혀 있었다. 1문은 1원인 셈. 이 사이트에는 이 외에도 ‘영어회화 가르쳐드립니다’처럼 자신의 재능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 글도 올라있다.

서울시가 이달 1일부터 시범 운영 중인 ‘서울 e-품앗이’가 인기를 얻고 있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서로 교환하는 것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재능도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시는 영유아 돌보기나 노인 돌보기 같은 ‘돌봄’부터 공부, 상담, 수리, 가사, 의료 등 총 7개의 재능 거래 품목을 정했다. 눈에 띄는 것은 실제 돈을 쓰지 않고도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한 것. 재능이나 물건을 ‘구입’할 때는 현금이 아닌 온라인 가상 화폐(문)로 할 수 있게 했다. 문은 현금으로 충전할 수 없다. 오로지 물물교환이나 재능기부 등 활동을 통해서만 벌 수 있다. 가격은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협의해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시는 현재 노원구와 양천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시범사업을 내년 3월까지 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4월부터 9월까지 한 번 더 시범운영을 하고 10월에는 서울시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에는 별도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 신면호 서울시 복지국장은 “돈을 들이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재능과 물건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게 한 공동체복지 활성화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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