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로비 의혹’ 의원 11명 압수수색]벌집쑤신 정치권 與도 野도 패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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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유린” “어안이 벙벙”…

《 검찰이 5일 청원경찰 입법 로비 사건과 관련해 현역 국회의원 11명의 지역 후원회 사무실, 집 등을 무더기로 압수수색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 구별 없이 검찰의 유례없는 현역 의원 무더기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좀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폈고 민주당은 “행정부의 입법부 유린”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한나라당 지도부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 안상수 대표가 검찰의 후원계좌 수사를 “무리한 수사”라며 비판한지 불과 나흘 만에 검찰이 ‘동시다발 압수수색’이란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5일 지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당한 한나라당 의원 5명 가운데 권경석 신지호 의원은 친이(친이명박)계 내에서도 안 대표와 각별한 사이다. 청원경찰법 개정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맡았던 조진형 의원과 이인기 의원은 3선의 중진의원이며 유정현 의원은 친이계 소장파다. 검찰의 칼날이 여야나 권력 핵심과의 친소관계 등과 무관하게 전방위로 뻗어있음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에 앞서 1일 “후원금 10만 원 받는 것까지 범죄시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검찰에 한마디 경고를 한다. 무리한 수사는 용납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안 대표의 측근 의원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수사를 한다더니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며 “안 대표를 포함해 당 지도부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옥임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국회의원의 후원회 계좌는 증거인멸을 할 수 없는 것이고 국회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국회의원의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당하는 일이므로 검찰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를 신중히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야당과 ‘예산전쟁’을 앞둔 데다 대기업슈퍼마켓(SSM) 관련 규제 법안 처리 문제 등 여야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터져 나온 ‘악재’에 당혹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7일 열리는 당정청 수뇌부 9인 회동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된 의원들은 한결같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조차 검찰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부실수사 논란과 ‘그랜저 검사’ 의혹 등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5일 오후 민주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과 의원총회,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국회가 유린된 날” “폭거” 등의 초강경 용어를 동원해 검찰을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설령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치더라도 줬다는 증거가 명백해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말살하고자 하는 것으로, 정치는 없애고 통치만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권의 통치관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1월 5일은 국회가 정부에 의해 무참히 유린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의원들의 정치자금 모금 현황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돼 영수증이 발급되는 사안인데도 대정부질문 중간에 압수수색을 한 것은 국회 유린이자 정치권과 국회의원을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려는 추잡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대포폰’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에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연루됐다고 주장한 강기정 의원에 대한 ‘정치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강 의원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은 무자비한 정치 보복이다”라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김준규 검찰총장의 탄핵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국회 탄압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조배숙)를 구성하고 소속 의원 전원에게 주말 비상 대기령을 내렸다. 후원회 사무실이 의원회관 사무실로 돼 있는 최인기 의원의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러 국회 안까지 들어오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8일엔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과 야5당 원내대표회담을 열어 공동 대응에 나서는 한편 ‘검찰의 국회 말살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회창 “과잉수사이자 검찰권 남용”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성명을 내고 “정기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중 일시에, 11명의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분명한 과잉수사이며 검찰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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