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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⑭한일 지식인 좌담/경제·문화

입력 2010-10-22 03:00업데이트 2010-10-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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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에 국민감정 개입… 눈앞 손익계산이 문제” [김영호 유한대 총장]
한일 모두 ‘우물 안 고래’ 산업구조…서로 힘 합치면 ‘큰 바다 고래’ 될것


정부 간의 국교정상화로 시작된 광복 이후 한일관계는 현재 시민사회가 활발히 교류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구동존이(求同存異)적 협력을 해야 한다. 역사문제는 동아시아 시민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일 지식인 1000명 이상이 병합조약 원천무효 성명에 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산업적으로 일본은 경제대국이면서도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풀(full)공정형’ 산업구조다. 우물 안 고래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샘물을 퍼낼수록 새 물이 넘치듯 한일이 서로의 수요를 자극하는 우물효과를 일으킨다면 한일은 우물의 틀을 벗어나 더 큰 바다의 고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술원 교수]
경제에선 쌍둥이라 할수 없지만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선 의미


한국과 일본은 경제 측면에서는 쌍둥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1990년대 말 통화위기를 경계로 자유무역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으며 국제기관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국내로만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소형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 올해 원조 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가 됐다. 일본에 이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본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일본과 한국은 함께 원조를 하는 등 경제발전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철학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국제대학원 교수]
민간을 이어줄 이해-신뢰의 회로… 탈정치 아닌 그 안에서 찾아야


한일 문화, 민간교류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역사, 정치적 갈등을 넘을 토대라는 기대가 있다. 문화, 시민사회 교류 확대를 어떻게 한일 양국 사회의 이해와 신뢰 구축으로 연결할 것인지 그 회로를 찾아야 한다. 흔히 한일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한일 양국 시민들이 체제이념으로서가 아니라 실체로서, 과정으로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문화교류 덕분에 아시아를 한데 묶어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아시아를 경험,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의 위치, 재일동포를 비롯한 경계인적 존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결국 민간교류, 문화교류의 힘은 탈정치가 아니라 정치적 사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창출해내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무라 노리코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
문화교류 비자받기 너무 어려워… 취업문 열어야 시장 활성화 가능


1997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생활자이자 무대예술 종사자로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대예술 교류는 1980년대에 증가하기 시작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증가했다.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2005년의 ‘일한 우정의 해’가 정점이었다. 한일 문화교류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나 고령자 극단 등 일반 사람들의 문화교류도 지원하며 저변을 넓혀야 한다.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이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자 할 때 비자를 얻기가 어려워 문제다. 인재들의 취업을 통해 양국 문화예술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일회성으로 끝났던 교류 이벤트를 좀 더 지속적으로 지원해줄 필요도 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자신의 국가 안에서 두문불출하는 시기는 지났다.

▼ 쟁점 토론 ▼

▽와카미야=경제·문화 세션에서는 우선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일이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

▽오코노기=앞으로 북한은 10년 정도의 과도기를 거치며 체제를 유지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 공고해지리라고 예상한다. 북한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체제는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한다면 시장경제적 요소의 도입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덕=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돼 한미일 동맹과 국경을 맞대는 것을 기뻐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일종의 완충국으로서 남한과 공존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와카미야=경제문제로 넘어가겠다. 한국과 일본이 우물 안의 고래라는 김영호 총장의 발제에 대해 후카가와 교수는 두 나라가 다르다고 말했다.

▽김영호=일본은 우물 안에서 고래가 됐기 때문이 그 틀을 깨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우물을 깨고 나가야 고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는 데 더 적극적인 이유다.

▽후카가와=한국이 자본의 글로벌화로 고생을 했으면서도 낙관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는 점이 대단하다.

▽와카미야=한일 FTA 문제를 논의했으면 한다. 논의만 있고 진행은 안 되는 상황이다.

▽후카가와=한국은 국내시장이 작으므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 FTA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은 FTA 그 자체보다는 생산성을 높여 무역량을 늘리려 한다. 한국과의 FTA가 큰 이득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오코노기=단순히 경제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정치적 의미, 지역적 의미를 생각해 FTA를 해야 한다.

▽김용덕=한일 FTA에는 역사적 관계가 없는 나라나 지역과 달리 ‘손해 보면 안 된다’는 국민감정이 개입한다. 그러나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지금 당장 한일 FTA로 발생하는 손해는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보충할 수 있다.

▽와카미야=문화교류 쪽 논의도 해봤으면 한다.

▽정구종=최근 한일 문화협력이 교류를 넘어서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만 한국의 50, 60대만 해도 일본 문화를 잘 모른다.

▽기무라=일본은 더 층이 넓다. ‘대장금’ 히트 뒤에는 중년 남성들의 한국 사극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한류가 아직 콘텐츠 생산 면에서 자연스레 국경을 넘나드는 산업으로 정착되진 못했다.

▽한영혜=이제 한국에서 일본문화, 그리고 일본에서의 한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이 한국,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한류에서 중요한 건 거기에 수반되는 인적 교류다.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치와 문화의 창출이 이뤄진다. 재일 한인을 필두로 경계인적 존재와 국경을 넘어서는 생활권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후카가와=노동력 이동은 많다. 그러나 기무라 씨의 발제대로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비자 취득은 어렵다.

▽한영혜=일반 시민 차원의 문화, 공통관심사를 매개로 한 교류도 의미가 크다. 은퇴 후 한국으로 어학연수 온 일본인을 몇 분 만난 적이 있다. 개인적인 실천으로 역사문제에 부딪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젊은이들 가운데도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기무라=한류가 역사 같은 취미 이상의 분야에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면 바로 그것이 문화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최근 송일국이라는 배우가 출연한 안중근에 관한 연극이 있었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장면에서 일본 아줌마 팬들이 박수 치는 것을 봤다.

▽정구종=뮤지컬 ‘명성황후’와 안중근을 다룬 뮤지컬 ‘영웅’도 있는데, 한국에서 상당히 인기를 모았다. 이런 공연을 일본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뮤지컬을 보면 일본인을 재평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일 양국에는 양질의 문화 콘텐츠가 많다.

▽와카미야=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열흘도 충분히 걸릴 만한 이야기였다.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좌담 이모저모
“中-北 얘기만 나오면 화기애애”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네요.”

한일지식인좌담회 2부 첫머리,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가 한마디를 던졌다. 북한 3대 세습에 관한 토론이 일단락됐을 무렵이었다. 좌담회 참석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웃음을 터뜨린 순간이었다.

15일 오후 일본 도쿄 아사히신문 본사 리셉션룸에서 진행된 한일지식인좌담회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좌담회에는 아사히신문 관계자 10여 명도 함께 참석해 높은 관심을 표했다.

좌담 첫머리를 차지한 한일강제병합의 불법성, 무효성 논의는 한때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의 발제에 대한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의 반론, 이에 대한 김 교수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결국 사회를 맡은 김영호 유한대 총장이 “여기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니 인식의 차이를 그대로 남겨두기로 하자”고 해 토론은 일단락됐다.

이후 중국과 일본 간 센카쿠 열도 갈등, 중국 반체제지식인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 북한 3대 세습 등 현안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대중국관계와 북한문제에서 양국 참석자는 대체로 일치된 의견을 내며 한일 양국이 미래를 위해 더욱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소 긴장됐던 좌담회 분위기는 문화교류에 관한 논의로 넘어가며 자연스러워졌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과 기무라 노리코 씨는 직접 경험한 민간교류 사례를 들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오코노기 교수는 한류열풍에 대해 “일본의 나이 많은 부부들이 함께 TV를 보게 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헌을 한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도쿄=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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