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가 석-박사 논문 ‘짜집기 대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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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운영자-대필자 구속… 공무원 등 32명 학위 통과

대구지방경찰청은 논문 대필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김모 씨(34·여)와 대필자 이모 씨(35)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주고 학위 논문을 대필하도록 한 박모 씨(35) 등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2008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에 문서대행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학위 논문이 필요한 의뢰인 32명과 대필자 3명을 연결시켜 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양쪽으로부터 62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필자 이 씨는 국회도서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인터넷 사이트 등을 검색해 의뢰자가 요구하는 주제의 비슷한 논문을 조금씩 떼어 붙이는 이른바 ‘짜깁기’ 수법으로 30여 편 논문을 대신 작성해 주고 4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이 씨는 수도권 소재 사립대 관광경영학과를 나온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인문, 사회, 공학, 예체능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의 석·박사 논문을 대필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학위 논문 심사가 내용보다는 형식만 갖추면 통과할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 이 씨는 박사 논문은 편당 200만 원, 석사 논문은 100만 원, 학사 논문은 3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 대필을 의뢰한 사람들은 목사, 공무원, 교사 등 다양했다. 서울대와 경북대 등 국립대 9곳과 한양대 중앙대 등 수도권 대학 12곳 등 전국 32개 대학에서 박사(19명) 석사(26명) 학사(5명) 학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필로 학위를 받은 사람의 명단을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하는 한편 이 씨가 논문을 대필해 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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