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구은행 파랑새 방송국에서 권지희(앉은 사람), 박지은 아나운서가 녹음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은행
4일 오후 5시 대구은행 본점. 폐점 인사가 끝나자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흘렀다. 곧 이어 “안녕하세요. 대구은행 가족 여러분, 쌀쌀한 찬바람과 함께 10월 첫주가 시작됐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진 첫 사연 소개. 신암육교지점에 근무하는 박경란 차장 생일을 동북로지점 김미연 계장이 기억하고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은 225개 대구은행 전 지점에 울려 퍼졌다. 은행 본점 2층에 위치한 방송국은 190m²(약 60평) 규모에 스튜디오, 디지털녹음기, 오디오편집 시스템 등의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대구은행 ‘파랑새 방송국’이 6일 개국 15주년을 맞았다. 은행과 방송이 무슨 상관일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 사내 방송국은 조직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처음 개국 당시에는 일방적인 안내방송에 머무르다 지금은 직원 간 의사소통의 장으로 탈바꿈한 것. 지난해부터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방송 편성표를 공개해 직원들이 직접 음악을 검색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또 자신의 사연과 함께 원하는 음악도 실시간으로 신청한다. 서로 칭찬할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사연을 낸다. 인사발령, 퇴직으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일도 많다. 그렇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올 하반기 인사 때 선배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한다면서 후배가 소명의 ‘빠이빠이’를 신청해 은행 전체가 웃음바다가 된 것. 사내 방송국은 이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권지희 아나운서(28·여)는 “직원 참여 프로그램이 많아 누구나 한 번쯤은 방송을 탔을 것”이라며 “직접 외근을 나가서 직원들을 인터뷰할 때가 있는데 최근에는 적극적인 분이 많다”며 웃었다.
은행 고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방송한다.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정오방송에는 은행 상품 소개는 물론이고 문화, 전시 행사 안내도 곁들인다. 금요일 오후 방송에는 주말에 가볼 만한 곳이나 영화 예매순위 같은 정보를 알려준다.
모든 방송프로그램 제작은 아나운서가 도맡고 있다. 사내 방송 특성상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기획부터 자료 수집, 취재, 섭외, 작가 등의 모든 역할을 수행한다. 심지어 녹음, 편집 같은 기술자 일도 거뜬히 해낸다. 실력은 웬만한 방송국 뺨치는 수준. 사설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리포터 등으로 활동한 베테랑 아나운서이기 때문. 또 한 명의 아나운서 박지은 씨(28·여)는 “은행장도 매달 한 번 직원들을 격려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소개하는 특별 방송을 진행한다”면서 “사내 방송이 경영방침 중 하나인 상하 간 소통과도 연관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고객 편의도 제공하는 특별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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