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밤10시면 바빠지는 이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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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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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영산고 2년 만에 확 달라진 비결은…

58년 전통의 전남 나주 영산고가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과 파격적인 장학금, 인성교육등으로 명문고로 도약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영산고
58년 전통의 전남 나주 영산고가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과 파격적인 장학금, 인성교육등으로 명문고로 도약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영산고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전남 나주시 삼영동 영산고.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이 학교 박순용 이사장(70)이 반갑게 맞았다. 박 이사장은 “오늘도 고생 많았다”며 학생들의 어깨를 다독인 뒤 12인승 승합차에 태우고 교정을 빠져나갔다. 늦은 밤 가로등 없는 시골길을 걸어서 귀가하는 학생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박 이사장은 2년 전 사비 1억 원을 들여 승합차 3대와 승용차 2대를 구입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 손수 운전대를 잡는다. 이사장이 ‘하교 도우미’로 나서자 교장과 교감, 교사 12명도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김찬우 군(18·3학년)은 “이사장님이 운전하시면서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간식도 챙겨줘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 가고 싶은 학교 만들기

전남 나주가 고향인 박 이사장은 2008년 영산포중과 영산포상고를 인수했다. 의료법인 여수성심종합병원 명예이사장인 그는 재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를 맡아달라는 지역 유지들의 부탁을 받고 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2년 뒤 교명을 영산중고교로 바꾼 박 이사장은 차별화된 교육시스템과 장학제도로 침체된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사장-교장-교감-교사 12명, 심야 하교승합차 직접 운전

영산고는 지난해 나주지역 12개 고교에서 유일하게 ‘교과 교실제 대상 학교’로 선정됐다. 윤범림 교장은 “교과별 특성에 맞는 교실을 구성하고 담당교사가 다양한 수업 기자재와 학습자료를 활용해 수준별 교육을 하기 때문에 수업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학생 위해서라면 뭐든지”파격장학금… 첨단기숙사…

장학금도 파격적이다. 신입생 성적우수자에게 최고 800만 원의 장학금을 주고 서울 소재 우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 또는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샤워장과 세탁실, 냉난방 시설을 갖춘 현대식 기숙사도 최근에 완공했다.

○ 인성교육으로 명문고 육성

박 이사장은 2004년 자신이 운영하던 성심종합병원의 400억 원대 법인 재산을 병원 직원들에게 물려줘 화제를 모았다.

▶본보 2004년 1월 6일자 A31면 보도
박순용 여수성심병원 이사장 `아름다운 퇴장`


16년 전 부도가 난 병원을 인수해 갖은 노력 끝에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뒤 아름답게 퇴임한 그는 평소 육영사업을 꿈꿔 왔다. 그가 학교를 인수한 뒤 가장 열성을 쏟고 있는 것은 인성교육이다.

2012년엔 인문고로 전환“인성교육 통해 명문 도약”

이 학교 신입생들은 입학 후 한 달 동안 오전 수업이 끝나면 기본예절 교육을 받는다. 인사하기, 교복 입기, 화장실 이용하기, 성교육 등을 받고 주말에는 학교 운동장과 영산강 둔치에서 1박 2일 야영을 하며 공동체 의식을 기른다.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흡연과 휴대전화, 왕따가 없는 ‘3무(無) 운동’도 벌이고 있다. 박 이사장은 “학교를 인수한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주위에서 학생들 얼굴이 밝아지는 등 학교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영산고 학생 수는 350명. 학과 개편으로 내년에 컴퓨터그래픽과와 정보처리과가 없어지는 대신 보통과 정원이 늘어나 154명을 뽑는다. 2012년 관광경영학과가 없어지면 영산고는 개교 58년 만에 인문계 학교로 전환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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