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술·담배·폭력에 성적일탈까지… 위기의 중학생들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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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많은 생활… ‘평범한’ 학생도 비행 저질러커플끼리 강도 높은 스킨십… 학교서도 스스럼없이 일탈
그래픽 임은혜 happymune@donga.com
《중2 강모 군(14)은 한 달 용돈 4만 원 중 1만5000원을 담배를 사는 데 쓴다. 담배를 처음 배운 중1 여름방학 이후 거의 매일 하루 반 갑(열 개비)가량을 피운다. 때와 장소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수업 도중에 “양호실에 다녀온다”며 1학년 교실이 있는 2층 화장실로 가 30초 만에 한 대를 피운 적도 적잖다.

중2 1학기 땐 같은 담배 브랜드를 피우는 반 친구 3명과 ‘말라팸’(‘말버러 라이트 패밀리’의 약자)이란 끽연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강 군은 학교에서 ‘문제아’로 불리진 않는다. 중간·기말고사에서 반 10∼15등을 유지하는 평범한 중위권이다. 이런 강 군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바로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땐 공부를 곧잘 했거든요. 중학교 입학 당시엔 외국어고에 진학하는 게 목표였어요. 중1 1학기 중간고사부터 성적이 뚝 떨어지더니 쉽게 오르지 않더라고요. 이후 담임선생님이나 부모님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스트레스가 됐죠. ‘왜 이렇게 성적이 바닥이냐’는 질책부터 ‘머리가 좋으니까 (공부를) 조금만 더하면 금방 성적이 오를 거다’란 조언까지…. 오후 4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어지는 학원수업도 힘들었고요.”

중1 여름방학 학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중 그의 ‘절친’(절친한 친구)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담배를 건넸다. 강 군은 “처음 담배를 폈을 땐 뭔가 일상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데서 쾌감이 느껴졌다”면서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수업을 받느라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어 이후 힘들 때마다 담배를 피우게 됐다”고 했다. 또 그는 “누굴 때리거나 돈을 뺏는 게 아니라 단순히 나 혼자 담배를 피우는 일이라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일탈, 중위권으로 확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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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학생들이 늘고 있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중학생은 부지기수. 또래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이나 성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일탈적 행동이 ‘문제아’로 불린 일부 학생에 국한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평범한 다수’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학생들, 왜 이 지경이 된 걸까? 중학생들은 “고교입시와 대학입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변호한다.

요즘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향후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뒤 고교 및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한다. 이른바 ‘스펙’ 관리도 이때부터다.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이런 입시 스트레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과거 고 2, 3이 느끼던 심리적 억압을 이젠 중학생 단계에서 경험한다는 것.

경기의 한 중학교 1학년 장모 양(13)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동아리활동에 학원수업 때문에 바쁘고,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면 교내 경시대회 준비에 바쁘다. 1년 내내 스트레스를 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교내에서나 학원을 오가는 짧은 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거나 큰 소리로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는 집단 폭행이나 따돌림과 같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중학생들의 일탈적 행동이 ‘평범한 다수’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일탈적 행동은 집단 폭행이나 따돌림뿐 아니라 성적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인 K 군(15)은 올 초 반 친구들에게 ‘인간 샌드백’이란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중3 1학기 중간고사 수학시험에서 김 군의 반은 전체 꼴등을 했다는 이유로 담임교사에게 단체기합을 받았다. 학급회장은 “주범을 찾는다”면서 학급 학생들의 수학성적을 일일이 조사하고 다녔고, 그 결과 K 군이 수학성적 꼴찌란 게 밝혀졌다. 학급회장은 “응징을 한다”면서 K 군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쥐어박았고 이내 학급 모든 아이들이 학급회장을 따라 행동했다.

이후 K 군은 교사에게 반 전체가 혼나거나 체벌을 받을 때마다 반 친구들의 ‘타깃’이 됐다. 수위도 점차 ‘장난’을 넘어섰다. 학급회장이 ‘수업분위기가 엉망이다’란 이유로 반을 대표해 기합을 받고 난 뒤, K 군에게 “너 때문이다”고 소리를 지르며 의자와 청소도구 등을 집어 던질 정도가 되었다. K 군과 같은 학급인 J 양(15)은 “집에서 부모에게 잔소리를 들었다는 이유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K 군을 괴롭히는 아이도 있다”면서 “반 전체가 그를 괴롭히며 스트레스를 푸는 셈”이라고 말했다.

○ 중학생 성적(性的) 일탈, 고교생을 넘어서다

중학생들의 일탈적 행동은 성적(性的)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가출한 여중생이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원한다는 글을 올리거나 10대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역 원조교제’를 알선한 극단적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평범한’ 중학생들의 성적 일탈도 비율이 높아져만 간다.

1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 동안 학생 간 성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학생 간 성폭력은 총 259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138건(53.3%)이 집단성폭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해학생이 중학생인 경우가 48.3%로 고등학생(47.1%)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학교현장에서도 이런 위험징후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기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니는 3학년 K 양(15)은 얼마 전 체육수업 때문에 텅 비어있던 1학년 교실에서 남녀중학생이 서로 키스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남학생이 키스를 하는 내내 여학생의 엉덩이를 만지는 거예요. 여학생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고요. 요즘엔 중학생 커플끼리 키스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 놀랍진 않았지만, 이렇게 강도 높은 스킨십도 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K 양)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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