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女, 남의 시신 이용 사망조작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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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미끼로 만난 20대 여자… 술 마시고 하룻밤새 숨지자 15억 타려 자신으로 속여 신고 보습학원 문을 닫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모 씨(40·여). 몇 년 전 서류위조로 보험금을 챙긴 적이 있던 그는 이번엔 ‘사망 조작극’을 꾸미기로 했다. 남의 시신을 자신인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내기로 했다.

올 3월부터 사망하면 15억 원을 받는 7개 보험사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자신이 죽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오갈 데 없는 여성을 찾기 시작했다. 대구에 여성쉼터가 있다는 글을 읽고 6월 16일 직접 찾아갔다.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속인 뒤 ‘부모나 면회 올 사람이 없는 여성을 소개해 달라’로 부탁해 박모 씨(26·여)를 만났다. 박 씨는 가정폭력으로 몇 년 전 이곳에 왔다. “대학도 보내주고 어린이집에 취직시켜 월급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같은 날 둘은 부산으로 내려와 김 씨 집 주변 아파트 벤치에서 오후 9시부터 술을 마셨다. 멀쩡했던 박 씨가 다음 날 새벽 4시 반경 갑자기 숨졌다. 김 씨는 “술이 모자라 마트에 갔다가 5분 뒤 돌아왔는데 박 씨 상태가 안 좋아 보여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숨졌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김 씨는 ‘신분 세탁’을 했다. 의사에게 시신 인적사항을 자기 것으로 댔다. 자신은 박 씨의 아는 동생이라고 했다. 다음 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서 박 씨를 화장하려고 했지만 사망진단서가 필요했다. 이웃 할머니에게 10만 원을 주고 박 씨 어머니라고 속였다. “박 씨가 평소 심장질환이 있었다”는 거짓말도 하게 했다. 검안의(72)는 사망진단서에 급성심근경색 판정을 내렸다. 김 씨는 이날 박 씨를 화장해 해운대구 청사포 앞바다에 뿌렸다. 7월 8일 김 씨 어머니(71)가 부산진구청에 사망신고서를 내면서 김 씨는 사망 처리됐다. 같은 달 30일 김 씨는 어머니와 우체국에 사망진단서를 내고 600만 원을 타냈다. 이달 10일에는 다른 보험사에 2억5000만 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가입 신청서와 보험 청구신청서 필체가 같은 점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의 신고와 우체국 폐쇄회로(CC)TV 화면 분석으로 범행이 들통 났다.

경찰은 박 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지병이 없던 박 씨가 여성쉼터를 떠난 지 하루도 안 돼 죽고 김 씨가 생명보험에 집중 가입한 점, 여성쉼터에서 구체적 조건을 대며 특정 여성을 찾은 점 등으로 미뤄 보험금을 노린 살해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경찰은 “결정적 증거인 시신이 화장돼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16일 김 씨를 시신유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김 씨 어머니를 불구속 입건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 없이 시신검안서와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검안의도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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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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