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탐사리포트]무너지는 ‘고시 사다리’-有錢합격의 세계<1>

동아일보 입력 2010-09-16 17:00수정 2010-10-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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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는 ‘고시 사다리’-有錢합격의 세계<2>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16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최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의혹이 불거지면서 행정고시 개편 문제도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고시제도가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인데요.

(구 가인 앵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시마저도 돈이 없으면 도전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오늘은 탐사리포트 여섯 번째 시간으로 '헝그리 정신'만으론 버티기 어려운 고시촌의 실태를 집중 취재해봤습니다.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주요기사
(박 앵커) 신 기자, 최근 연달아 터진 공직자 특채 의혹 때문에 고시생들의 반발이 컸을 것 같은데 고시촌의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신 기자) 제가 만나본 고시준비생들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얘기가 실제로 확인됐다며 그동안 공부한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것을 아닐지 깊은 허탈감을 드러냈습니다.

***
(인터뷰) 고시생
"더럽죠. 기분이 더럽죠."

(인터뷰) 고시생
"너는 안 된다고. 장관 딸 정도 돼야 들어갈 수 있다고."

(인터뷰) 고시생
"뒷백이라든지 이런 걸로 한 번에 싹 들어가 버리면 열 받죠."

외교부 장관의 딸 특채 의혹으로 공무원 특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격해졌습니다.

고시 합격자를 줄이고 외부 전문가 채용을 50%까지 높이려 했던 행정고시 선진화 방안도 결국 무산됐습니다.

고위 공무원 채용의 어두운 실태가 드러나면서 "행시 폐지는 현대판 음서제의 부활"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고시 제도는 저소득층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사다리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굳히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두언 / 한나라당 의원(행시 24회)
"특채 제도라는 것은 신뢰성과 투명성이 보장될 때 공정하게 운영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에 특채 제도는 특수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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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요 정관계 인사들 중에는 고학으로 고시 관문을 통과한 뒤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습니다.

(인터뷰) 오세훈 / 서울시장(사시 26회)
" 엉덩이에 굉장히 큰 상처가 하나 있는데 수술 흔적이에요. 엉덩이가 좀 아픈데 견딜 만했어요. 몇 개월간 공부를 했는데 종기가 생기고 치료가 안 되고 안 쪽으로 파고 들어가서. 의사가 보고 당신 정말 미련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지겹게 앉아서 공부한 시절이 있었어요."

(인터뷰) 추미애 / 민주당 의원(사시 24회)
"집에 갔는데 보일러가 다 얼어가지고. 공부는 해야 되고 목표량을 채우고 싶어서 냉기 있는 방에서 영하 몇 도에서 옷만 뒤집어쓰고 계속 공부하는 거죠. (우리 어머니 왈) 윗목에 있는 물그릇이 얼었는데 내가 모르고 공부하고 있더라는 거에요."

오 시장의 어머니는 시장에 수예품을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고, 추 의원의 부모도 세탁소가 망한 뒤 구멍가게를 열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인터뷰) 오세훈 / 서울시장(사시 26회)
"초등학교를 네 군데 다녔어요. 보통 주거가 불안정하면 이사를 많이 가죠. 몇 달 씩 (아버지) 월급이 안 나올 때도 있었고 그러면 어머니는 친척들한테 돈을 꾸려고 가고…"

(인터뷰) 추미애 / 민주당 의원(사시 24회)
"학교 다녀와서 바로 숙제를 먼저 한다 공부를 먼저 한다 이게 아니고 청바지에 쑥스러우니까 모자 꾹 눌러쓰고 알바생처럼 가게를 본다든가. 생업을 온 가족이 같이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었죠."

** 브릿지 **

(구 앵커) 얘기를 들어보니 과거에는 고시라는 게 돈 없는 학생들에게도 성공의 기회를 주는 사다리 같은 역할을 했는데요.

(신 앵커) 그렇습니다. 오 시장과 추 의원의 사례는 기성세대의 전형적인 성공스토린데요. 하지만 고시를 통한 인생역전이 오늘날에도 계속 되고 있을까요?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

고시 합격의 꿈을 안고 전국의 수험생들이 모여드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

이 곳 고시생들이 숙소와 식당, 독서실, 학원 등을 오가는 일상은 모두 돈으로 연결됩니다.

(인터뷰) 임석생 / 고시원 주인
"4박자라는 것은 방값, 밥값, 독서실, 그 다음에 학원 비용 합해서 최하가 100만원이거든. 지금은 더 나가지."

과거에 고학생들이 비좁은 방에서 열악하게 지내던 고시원은 수험생들의 외면을 받고 인근 달동네로 밀려 올라갔습니다.

(인터뷰) 이충열 / 부동산 중개인
"지금은 시설하고 정보싸움이에요. 내가 돈이 없으면 내가 공부하는 쪽방에서 공부를 해야 되는데 옆 방 책장 넘기는 소리 밑에 수도 트는 소리. 환경이 안 좋잖아요."

수험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에어컨과 세탁기 등 편의시설이 완비된 원룸형 고시원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충열 / 부동산 중개인
"이 동네 미니 원룸이 보통 보증금 100에 40만원. 그렇게 하는데 풀 옵션 갖춘 곳은 500에 50~60."

자는 것 못지않게 먹는 것도 경쟁력입니다.

끼니는 보통 고시생 전용 식당에서 매달 식권을 끊어 해결하는데 식권 구입비만 20만 원가량 듭니다.

영양보충을 위해 일주일에 두세 차례 외식을 하고 가끔 군것질을 하면 식비만 30만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인터뷰) 고시생 전용 식당 주인
"예전에는 무조건 내고서 먹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그게 아니라 좀 집에 돈이 있는 친구들이고, 요즘에는 진짜 까다로워요."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해도 돈은 계속 듭니다.

한 권에 6만원을 호가하는 수험서적을 제대로 갖추려면 매년 100~200만원이 필요합니다.

그 해 시험에 떨어지면 판례가 바뀌고 일부 법률이 개정돼 이듬해 책을 새로 사야합니다.

(인터뷰) 이민숙 / 서점 주인
(형법, 헌법, 민법 이런 걸 다하려면 얼마나 돼요?) 교재 값만 400~500만원 잡아야죠. 책값만이 아니라 강의(테이프)랑 같이 말하는 거에요.

예전에는 고시생들이 절에서 무료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추미애 / 민주당 의원(사시 24회)
"미숫가루나 간식을 준비해서 산사를 찾아갔어요. 눈이 오는데요. 눈이 내리는 소리를 벗 삼아서 공부하는 그런 때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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