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동작구 ‘공존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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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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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말 다하니 속이 시원”

문충실 서울 동작구청장(왼쪽 위)이 26일 상도 11구역 세입자와 개발업체, 공무원 등 3자가 모인 자리에서 직접 사회를 보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문충실 서울 동작구청장(왼쪽 위)이 26일 상도 11구역 세입자와 개발업체, 공무원 등 3자가 모인 자리에서 직접 사회를 보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울먹이며) 갈 곳도 마련해주지 않고 집을 부수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어디 가서 사나요….” “저희는 법 규정을 지키며 사업을 해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보상받고 이사 가셨잖아요.”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구민과의 대화’는 시작부터 이처럼 거친 대화가 오갔다. 지역 내에서 가장 큰 이슈인 ‘상도 11구역 세입자 대책’이 이날의 주제였다. 세입자 6명과 개발업체 간부, 구청 공무원 등 22명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과의 대화를 정례화하고 있지만 단체장이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수준에 머무는 게 현실. 하지만 동작구는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특징이 있다. 당장 결론이 나지는 않아도 “속이 시원하다. 상대방 입장도 충분히 이해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흥분한 당사자가 판을 뒤엎는 소동도 없다.

이 자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 문충실 구청장이 직접 사회를 맡았다. 구청장은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여기서 다 하세요. 중간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으시고, 빠뜨린 내용이 있다 싶으면 손을 들고 천천히 말씀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세입자 김모 씨는 “신용불량이어서 대출이 안 되니 긴급구호자금과 전세자금을 구청이 지원해야 한다”며 “다른 곳에 가서 살 수 있을 만큼만 도와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법에 따른 철거였다는 점을 내세웠고 문 구청장은 관계 공무원들에게 관련 규정은 어떤지, 구청 차원의 지원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설명하라고 했다. 공무원들은 개발 업체에 “세입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향후 인허가 절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민에게는 “업체의 능력을 벗어나는 보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철거 지역의 치안과 위생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세입자는 “구청장 앞에서 우리 처지를 모두 설명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며 “오늘 당장 보상이 된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알게 돼 좋았다”고 밝혔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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