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차령산맥을 따라서<16>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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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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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알프스’ 명성… 산세 부드러워

칠갑산의 명물 천장호 출렁다리는 청양군 특산물인 고추와 구기자 모습의 기둥을 주탑으로 한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다. 사진 제공 청양군청
칠갑산의 명물 천장호 출렁다리는 청양군 특산물인 고추와 구기자 모습의 기둥을 주탑으로 한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다. 사진 제공 청양군청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국민가요 주병선의 ‘칠갑산’ 노래 첫 구절이다. 오대산을 시작으로 한 차령은 강원 충북을 힘차게 뻗어오다 충청 땅에 들어서면서 부드러워진다. 흑성산(천안)에서 금강 북쪽으로 정맥(금북정맥)을 이루다 칠갑산에 이르러 곧 서해로 사라질 채비를 갖춘다.

‘남한의 알프스’라 불리는 충남 청양의 칠갑산(七甲山·561m)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칠(七)’은 천지만물의 생성원리인 풍수지화공견식(風水地火空見識)을, ‘갑(甲)’은 천체 운행의 원리가 되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으뜸 글자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지역의 하천인 지천(芝川)과 잉화달천(仍火達川)이 7곳의 명당을 만들어 이 같은 이름이 생겨났다는 얘기도 있다.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의 등산로는 대략 7개. 장곡사, 대치터널, 천장호, 도림사터, 까치내 유원지, 자연휴양림 등을 기점으로 오를 수 있는데 모두 완만하다. 어느 길을 택해도 정상까지 2시간. 많이 찾는 한티고개∼정상∼장곡사 코스도 3시간이다.

경관은 천장호(청양군 정산면) 코스가 으뜸이다. 칠갑산이 품고 있는 천장호수에는 천년을 기다려 승천하려던 황룡(黃龍)이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승천을 포기하고 몸으로 다리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를 지켜본 호랑이는 영물이 되어 산을 수호한다고도 한다. 이 때문에 천장호를 거쳐 산에 오르면 악(惡)을 다스리고 복을 얻으며 황룡 기운과 호랑이 영험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호수를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는 길이 207m, 아래위 출렁임이 0.4m나 되는 명물이다.

칠갑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서남북의 산세는 부드럽기 그지없다. 관대함과 여유가 있다. 정상에는 전국 최초의 5D 입체 돔 영상관과 국내 최대 304mm 굴절망원경을 갖춘 천문대 ‘스타파크’(041-940-2790)가 있다. 하절기에는 오후 10시까지 연다.

칠갑산은 천년고찰 장곡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통일신라(문성왕 12년)때 창건됐으며 국보 2점과 보물 4점을 간직하고 있다. 사찰 앞자락으로 흐르는 계곡은 아흔아홉 굽이를 휘돈다 해서 ‘아흔아홉계곡’이라 불리며 ‘장곡사(長谷寺)’라는 절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2개의 대웅전을 지닌 유일한 사찰이다. 비탈길 위아래에 동남향과 서남향으로 각각 자리 잡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2개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다만 기도의 효험이 뛰어나 참배자 숫자가 늘자 이를 수용하기 위해 하나 더 지었다는 말이 있다. 상대웅전은 보물 162호로 지정돼 있고 내부의 철조약사여래좌상 부석조연화대좌는 국보 58호, 철조비로자나좌상 부석조대좌는 보물 174호다.

장곡사에서 하산하다 막바지에 이르면 식당가의 다양한 산채비빔밥이 반긴다. 깨끗한 토양과 공기에서 자란 콩으로 만든 청국장과 맑은 지천에서 자란 참게 간장게장도 먹음직하다. ‘불로장생의 명약’ 구기자로 만든 술을 매콤하고 맛깔 나는 청양고추를 안주로 마셔보면 어떨까.

청양고추·구기자축제(9월 3∼5일)때 방문하는 외지인에게는 청양군내 관광지(고운식물원, 천문대) 입장료가 무료다.

청양=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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