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대형유통점 ‘기습 개점’

  • 동아일보

롯데슈퍼-탑마트 등… 사업조정 심의 피하려는 듯
지역상인 대응늦어 타격… “상도의 저버렸다” 비난

전국 중소상공인들이 최근 대전 중소기업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형 유통점들의 상도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전국 중소상공인들이 최근 대전 중소기업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형 유통점들의 상도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부산에서 대기업슈퍼마켓(SSM)이 잇따라 개점하면서 지역 소상공인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 SSM은 대부분 중소기업청 사업조정 심의를 피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개점해 소상공인들로부터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슈퍼가 2일 해운대구 좌3동에 좌동점을 개점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주변 상인들은 “롯데슈퍼 개점 사실을 뒤늦게 알고 사업조정 신청을 준비했지만 서둘러 개점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운대 신도시 일대에 SSM은 5곳이 들어서 있다. 좌동 재래시장을 둘러싸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곳, 롯데슈퍼 1곳, 탑마트 1곳 등이다. 지역 상인들은 “동네 슈퍼와 SSM은 가격 면에서 경쟁이 될 수 없다”며 “주변 소상공인들은 생계마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해운대구뿐이 아니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원유통 탑마트 초량점이 중소기업청 개점중지 권고를 무시하고 영업을 개시했다. GS수퍼마켓 남산점과 재송점도 마찬가지. 구포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입점 반대를 위한 사업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현재 부산에는 SSM 80곳이 영업 중이다.

대형 유통점 ‘기습 개점’은 사업조정이 강제가 아니라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부산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45)은 “대형 유통점들이 주변 상권을 위축시키고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구속력이 없는 사업조정만으론 소상공인들을 구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초량시장 상인회는 3일 이사회를 열고 탑마트 영업 금지조치를 관철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탑마트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미 개점한 영업점을 규제할 방법은 없다”며 “단지 사업조정으로 ‘권고’를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이행명령과 명령 불이행에 따른 고발조치를 중소기업청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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