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원교육청 항소취하 요청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성취도평가 거부 해직교사와의 소송, 상급심 판단 받아봐야”
조기복직 계획 제동… “서울교육청 요청도 불허할 것”

강원도교육청이 강원도교육청이 주관한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거부했다가 해직당한 교사들로부터 제기된 행정소송을 중단하겠다고 검찰에 요청했다가 최근 거부당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행정기관이 소송을 벌이다 기관장이 바뀐 뒤 국가소송 지휘권자인 검찰에 소송 포기 승인을 요청한 것이나, 검찰이 이를 거부한 것 모두 전에 없던 일이다.

서울고검(고검장 한상대)은 2008년 11월 강원지역 초등학교 4,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고 정상수업을 했다가 해임되자 “해임이 부당하다”며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이긴 초등학교 교사 남모 씨 등 4명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겠다는 강원도교육청의 요청에 대해 지난달 28일 ‘불허’ 결정을 통보했다.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장 출신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선거 때부터 해직교사 복직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된 뒤에도 해직 교사 복직을 위해 항소 취하 방침을 밝혀왔다. 이 소송은 1심에서 해직 교사들이 승소했기 때문에 국가가 항소를 취하하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돼 해직 교사들은 곧바로 복직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고검은 강원도교육청에 회신한 결정문에서 △교사 해임처분이 부당하다고 본 1심 판결이 정당한지 의문이 있어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고 △징계 관련 소송에서 국가가 항소 방침을 정했다가 교육청 등 소송수행청의 요청으로 항소를 취소한 전례가 없으며 △이 사안이 현재 서울고법 등에 계류된 유사한 사건의 선례가 된다는 점 등을 들어 항소 취하 요청을 거부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들을 징계한 주체인 강원도교육청이 1심에서 패소하자 곧바로 항소하도록 검찰이 지휘한 이후 교육감이 바뀐 것 외에 달라진 사정이 없는데도 몇 달 만에 당초 방침을 번복한다면 국가기관 사이의 일관성, 행정처분의 일관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서울고검 측은 밝혔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법’에 따르면 교육청 등 행정기관이 행정소송을 수행할 때 행정기관장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관할 고검장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똑같은 사안으로 파면 또는 해임된 서울지역 교사 7명의 소송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항소 취하 의견을 내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서울고검은 서울시교육청이 항소 취하를 정식으로 요청해오면 ‘불허’ 결정을 내리는 쪽으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12월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했다 해직된 뒤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송모 씨 등 7명이 승소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 김경회 교육감 직무대행 시절 항소한 바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