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이유 묻자 ‘본인이 모르시냐’ 답변 살생부 오른 간부 모두 인사 불이익 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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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징계했다 좌천’ 논란 안양시 오기환 과장

“32년간 공직생활을 했는데 아무런 설명조차 없이 대기발령을 내다니….” 2일 경기 안양시 인사파문의 최대 피해자 오기환 과장(56)의 목소리는 힘없이 축 처져 있었다. 오 과장은 지난달 26일 단행된 인사에서 체육청소년과장으로 있다가 행정지원국 행정능률과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처음 인사가 나자 영문을 몰라 두 차례나 최대호 안양시장(민주당)을 찾아갔지만 묵묵부답이었다. 27일 사령장을 받고 바로 찾아갔지만 “본인이 모르시냐?”는 짤막한 대답이 전부였다. 잘 몰라서 왔다고 하니까 그 다음부터 입을 닫았다고 한다.

오 과장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짚이는 게 있었다. 그는 체육청소년과장으로 오기 전 동안구 행정지원과장으로 있었다. 당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위원장이었던 손영태 씨(44·7급·파면)가 부흥동사무소에 근무하다가 동안구 총무과로 발령이 났지만 단 하루도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봉급 1년 치를 환수 조치하고, 직권 휴직을 시켰던 일이 생각났다. 손 씨는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야 4당의 지원을 받아 안양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민주당 소속 최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시장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인사파문을 앞두고 안양 공직사회에서는 “손 씨가 ‘이번에 ○○실장과 △△과장 ○○실 팀장 등은 좌천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실제 소문에 언급된 인사들은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

손 씨는 인사파문을 문제 삼은 이재동 안양시 부시장을 찾아가 항의한 데 이어 이날 다시 안양시 공무원들에게 본인 명의로 e메일을 보내 “(부시장은) 떠나야 할 시점이라면 조용히 떠나는 게 인간의 도리이며 ‘막가파식’ 선동으로 기름을 뿌리고 간다”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오 과장은 조만간 경기도에 소청심사를 제기할 계획이다.

안양=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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