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농촌마을에서 9명이 번갈아가며… 정신지체 여중생 상습 성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점잖다는 동네에서 낯부끄러워서 원∼.”

22일 오후 충남 공주시 이인면의 금강 쪽 4개 농촌마을. 대부분 집성촌을 이뤄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최근 깊은 침묵에 빠졌다. 사람들은 말이 없어지고 외부에 나오면 눈길을 피한다. 기자의 전화를 받은 한 마을 이장은 “잘 모르는 일이다. 경찰에 알아보라”고 했다. 공동체의 오랜 평화를 산산조각 낼 만한 추문이 몇 달 사이 연달아 터져 한 마을에서 많게는 3명까지 모두 9명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 마을 어귀의 ‘범죄 없는 마을’ 현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마을은 1983년 이후 6차례나 범죄 없는 마을에 선정됐다.

공주경찰서는 정신지체장애 여중생 A 양(14)을 돌아가며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 및 피해자보호법 위반)로 B 씨(75) 등 이 마을 주민 6명을 22일 구속했다. 이에 앞서 3월 같은 혐의로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 등은 2008년 여름부터 올해 2월까지 정신발육지연 장애를 앓는 A 양에게 용돈을 주거나 물품을 사준다며 자신의 집과 차량 등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행에 가담한 주민들은 75세에서 35세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특히 B 씨는 아들과 함께 구속됐다. B 씨 부자는 A 양의 집에서 1km가량 떨어진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나머지 7명은 A 양의 집에서 4km가량 떨어진 학교까지 연결되는 도로와 맞닿은 마을의 주민들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 양의 등하교 과정을 지켜보던 인접 마을 주민들이 A 양이 정신지체를 앓는 사실을 알아챈 뒤 자신들의 집 등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해도 반항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사실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다른 주민의 성폭행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 사실은 올해 학기 초인 3월 A 양이 집안 사정이 어려운데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이상히 여긴 담임교사가 상담을 통해 알아냈다. 경찰 측은 “학교와 성폭력상담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아직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 관련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현재 충북 청주의 한 보호시설에 있는 A 양은 지난해 한 차례 임신해 낙태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의 어머니도 현재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주시 관계자는 “성폭행에 가담한 사람들이 다시는 마을에 발을 못 붙이게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마을 주민들이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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