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천안함 의장성명’ 평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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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절충 속 '절반의 성과' 의견 모아져
"핵심내용 빠졌다" vs "전체문맥 살려 외교적 성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놓고 우리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 속에서 그나마 "할만큼 했다"는 평가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또다시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뒤엉켜있다.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의장성명의 전체적인 문맥과 취지를 중시하고 있다. 관련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직접 북한의 책임을 적시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문단의 흐름을 통해 북한에 책임이 있고 이를 규탄한다는 취지를 명백히 살렸다는 것이다.

특히 의장성명 가운데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추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5항과 '이에 따라 결론적으로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7항의 연결구조가 분명한 대북 규탄메시지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천안함 사건의 성격을 '공격(attack)'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condemn)'하는 내용을 명시한 점은 일정한 외교적 성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북한 편을 들어온 중국과 러시아가 '공격'과 '규탄'이라는 표현을 강하게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전방위적 외교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외교를 일정 정도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며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해 앞으로 북한을 상대로 후속조치를 해나갈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적으로 보는 측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북한의 책임 여부를 적시하는데 실패함으로써 당초 안보리 회부의 근본적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안보리 대응조치는 기본적으로 북한을 겨냥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압박'과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안보리 대응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으로 격하됐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가 애매모호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론자들의 시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제9차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안보리 회부 방침을 밝히며 "잘못 손을 대면 더 큰 화를 입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북한에게 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전체적인 문맥이 북한의 책임을 규탄하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기대해온 '단호한 대응'과는 분명한 거리감이 있고 오히려 중국의 '물타기' 전략에 또다시 활용된 측면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 측 조사결과를 언급한 바로 다음 문단에 "이번 사건은 우리와 무관하다"는 북한 측 주장이 '병기'된 것은 사안의 초점을 흐리려는 중국 측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부 주변에서는 과연 이번 사건을 안보리에 회부한 것 자체가 적절한 선택이었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강대국들의 '정치적 타협'이 횡행하는 안보리 테이블에 스스로 이 사건을 끌고 감으로써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대응력을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아파하지도 않고 국민들이 속시원해 하지도 않는 안보리 대응조치를 놓고 정부가 과도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강대국들의 직접적 이해가 걸리지 않은 국지적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안보리를 통한 다자외교로 풀어나가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교부 내에서는 당초 이번 사건의 안보리 회부에 반대했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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