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서” “다른 사람이 돕겠지” “불이익 볼텐데”

  • 동아일보

■ 왜 신고하지 않나

신고로 범인검거 2~6% 그쳐
인터넷 활용-신고 시스템 간소화
시민 참여 통한 감시망 구축을


주말이면 홍익대 앞 클럽을 즐겨 찾는 대학생 박모 씨(25). 클럽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금요일 밤이면 술에 취한 여성들을 처음 만난 것 같은 남성이 택시에 태우는 장면을 종종 봤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없다. 박 씨는 “저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되곤 했지만 솔직히 귀찮기도 하고, 괜한 일에 끼어들었다가 곤란해질 수 있을 것 같아 피했다”고 털어놨다.

대검찰청의 ‘2009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8년 발생한 범죄 가운데 타인의 신고가 검거의 단서가 된 것은 형법상 범죄 2.2%, 특별법상 범죄 6.2%로 미미했다. 사람들은 왜 범죄를 보고도 신고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방관자 효과’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방관자 효과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범죄심리학)는 “사람들은 범죄를 목격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신고하겠지,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끼어들기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특성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동국대 곽대경 교수(범죄심리학)는 “사회가 점차 개인주의로 쏠리면서 사회적 일에 책임을 나누려는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를 하면 겪게 될 불이익도 시민들이 신고를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는 “사람들은 신고를 했을 때 그것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부족한 데다 괜한 일에 휘말려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데 대한 두려움으로 신고를 기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범죄 감시망 구축이 범죄 예방을 위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를 위해선 범죄 신고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범죄 신고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신고 시스템을 간소화하고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에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보험범죄 신고센터와 경찰청 사이버 범죄 신고센터 등이 있지만 통합된 인터넷 신고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인터넷을 이용한 제보, 신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연계해 적극적으로 누리꾼들의 범죄 신고를 유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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