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책 김수철 사건 막기엔 허점 투성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2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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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올 3월 제2의 '나영이 사건'을 예방하겠다며 내놓은 '성폭력 종합치안대책'이 김수철의 범행을 막기엔 허점 투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재범 가능성 있는 성폭력 '우범자' 관리 △등·하굣길 안전 확보 △재개발·재건축 지역 특별방범활동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수철이 A양을 납치한 장소는 초등학교 안이었고 범행장소도 특별방범활동을 강화하겠다던 재개발 지역 주택가였다. 특히 A양이 납치된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사건 당일 재량 휴업을 하는 날이었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경찰이 통보받지 않아 사건 당시 '치안 공백'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10일 "7일은 평일이어서 학교가 휴교 하는 것을 몰랐다"며 "범행이 일어났던 오전 시간은 보통 학교 수업이 있는 시각이라 순찰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수철은 경찰이 집중 관리키로 한 성폭력 우범자에도 포함되지 않는 등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신상정보가 공개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 전과자와 지난 20년간 성폭력 관련 전과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전과자에 대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김수철은 1987년 강도강간죄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아닌데다가 범행 시점도 1990년 이전이어서 경찰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법무부는 김수철과 같은 성범죄자 보호 관찰 대상 확대를 위해 예산 증액을 요구했지만 '정쟁' 속에서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법무부는 제2의 나영이 사건 예방을 위해 보호관찰 전담 인력을 62명에서 172명으로 늘리고 전자발찌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을 증액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해 여야 합의로 전자발찌 및 보호관찰 예산안 132억4000만원 증액이 통과됐지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예산정국 파행으로 결국 제대로 심의조차 받지 못한 채 '없던 일'이 됐다.

김수철 사건 파문이 확산되자 정부와 경찰은 이날 부랴부랴 '뒷북' 대책을 내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평일 학교 방문자에 대해 출입증을 발부받게 하고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는 경비 용역 업체 등이 24시간 교내를 순찰하는 등 학교 안전망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경찰도 김수철처럼 1990년 이후 출소한 장기 복역 성범죄 전과자를 찾아내 관리대상 우범자로 지정하는 한편 14일부터 전국의 성폭력 우범자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해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우기자 pjw@donga.com




▲ 동영상 = 슬리퍼 신고 교문으로…김수철 범행직전 CCTV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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