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위 “부장검사 성접대 확인… 형사 처벌을”
정씨 향응 접대-상부 보고 묵살 사실로 드러나
“직무 대가성은 없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
‘검사 향응·접대’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9일 건설업자 정모 씨(51)에게서 향응접대를 받은 사실 등이 확인된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검사장급 2명과 부장검사급 7명, 평검사 1명 등 현직 검사 10명을 징계조치할 것을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또 비위가 확인됐지만 징계시효(3년)가 지난 검사 7명에게는 인사 조치를, 상급자가 주재하는 회식에 단순히 참석하기만 한 평검사 등 28명에게는 검찰총장의 엄중경고를 요청했다.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부장검사 1명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도록 권고해 성매매특별법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대검은 이날 오후 김 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과 대검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가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진상규명위 권고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검찰 자체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 박기준 검사장, 부하에게 사건 청탁
진상규명위는 4월 23일 구성된 이후 현직 검사 71명과 전직 검사 30명 등 총 160여 명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향응접대 사실뿐만 아니라 정 씨의 접대 의혹 제기를 묵살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부산지검장의 경우 정 씨로부터 자신을 포함한 검사들에 대한 접대 내용을 폭로하겠다는 진정서를 받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채 수사검사가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구속된 정 씨가 낸 구속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불허 의견을 낸 주임검사에게 “아프다는데 수술을 받게 해줄 수 없느냐”고 묻는가 하면, 담당 차장검사에게 “정 씨에 대한 내사사건의 수사템포를 늦춰 달라”고 부탁하는 등 검사윤리 강령을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 검사장은 감찰책임자로서 자신의 비위 내용 등이 포함된 고소장과 진정서가 접수됐는데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부산지검으로 이첩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게 됐다. 진상규명위는 정 씨가 지난해 3월 술자리에서 한 검사장에게 100만 원이 든 봉투를 차비 명목으로 건넸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과 현금자동지급기 인출내용 등을 근거로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 “정 씨 주장 상당 부분 사실 아니다”
하지만 진상규명위는 정 씨의 폭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진상규명위는 △정 씨가 2003년 7월 자신이 접대했다고 주장한 일부 검사는 당시 부산지역에 근무하지 않은 점 △접대하는 데 썼다는 수표 가운데 일부가 정 씨 회사 직원의 자녀 교육비 등 다른 용도로 쓰인 점 △정 씨가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문건 내용의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바꾼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정 씨와 접대를 받은 검사들의 관계도 지속적인 ‘스폰서’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진상규명위가 검사들이 받은 접대가 직무 관련 대가성이 없다고 보고 형사처벌 대신 징계권고를 하기로 한 점은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낳고 있다. 부산고검 A 검사는 지난해 3월 공익법무관들과 함께 정 씨에게 식사 및 술 접대를 받은 뒤, 같은 해 7월 정 씨로부터 수사무마 청탁을 받자 수사지휘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하니 기록을 잘 살펴봐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정 씨와 A 검사가 진주지청 근무 당시의 친분으로 식사를 했으며 당시 A 검사는 정 씨가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며 “정 씨도 (접대와 사건청탁 사이의)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이 받은 100만 원에 대해서도 한 검사장이 정 씨 관련 사건을 맡고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마찬가지로 대가성이 없는 돈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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