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10명 징계 - 7명 인사조치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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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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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위 “부장검사 성접대 확인… 형사 처벌을”
정씨 향응 접대-상부 보고 묵살 사실로 드러나
“직무 대가성은 없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

건설업자 정모 씨가 폭로한 ‘검사 향응접대’ 의혹을 조사해온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위원들이 배석했다. 홍진환 기자
건설업자 정모 씨가 폭로한 ‘검사 향응접대’ 의혹을 조사해온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위원들이 배석했다. 홍진환 기자
‘검사 향응·접대’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9일 건설업자 정모 씨(51)에게서 향응접대를 받은 사실 등이 확인된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검사장급 2명과 부장검사급 7명, 평검사 1명 등 현직 검사 10명을 징계조치할 것을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또 비위가 확인됐지만 징계시효(3년)가 지난 검사 7명에게는 인사 조치를, 상급자가 주재하는 회식에 단순히 참석하기만 한 평검사 등 28명에게는 검찰총장의 엄중경고를 요청했다.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부장검사 1명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도록 권고해 성매매특별법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대검은 이날 오후 김 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과 대검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가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진상규명위 권고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검찰 자체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 박기준 검사장, 부하에게 사건 청탁

진상규명위는 4월 23일 구성된 이후 현직 검사 71명과 전직 검사 30명 등 총 160여 명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향응접대 사실뿐만 아니라 정 씨의 접대 의혹 제기를 묵살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부산지검장의 경우 정 씨로부터 자신을 포함한 검사들에 대한 접대 내용을 폭로하겠다는 진정서를 받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채 수사검사가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구속된 정 씨가 낸 구속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불허 의견을 낸 주임검사에게 “아프다는데 수술을 받게 해줄 수 없느냐”고 묻는가 하면, 담당 차장검사에게 “정 씨에 대한 내사사건의 수사템포를 늦춰 달라”고 부탁하는 등 검사윤리 강령을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 검사장은 감찰책임자로서 자신의 비위 내용 등이 포함된 고소장과 진정서가 접수됐는데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부산지검으로 이첩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게 됐다. 진상규명위는 정 씨가 지난해 3월 술자리에서 한 검사장에게 100만 원이 든 봉투를 차비 명목으로 건넸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과 현금자동지급기 인출내용 등을 근거로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 “정 씨 주장 상당 부분 사실 아니다”

하지만 진상규명위는 정 씨의 폭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진상규명위는 △정 씨가 2003년 7월 자신이 접대했다고 주장한 일부 검사는 당시 부산지역에 근무하지 않은 점 △접대하는 데 썼다는 수표 가운데 일부가 정 씨 회사 직원의 자녀 교육비 등 다른 용도로 쓰인 점 △정 씨가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문건 내용의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바꾼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정 씨와 접대를 받은 검사들의 관계도 지속적인 ‘스폰서’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진상규명위가 검사들이 받은 접대가 직무 관련 대가성이 없다고 보고 형사처벌 대신 징계권고를 하기로 한 점은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낳고 있다. 부산고검 A 검사는 지난해 3월 공익법무관들과 함께 정 씨에게 식사 및 술 접대를 받은 뒤, 같은 해 7월 정 씨로부터 수사무마 청탁을 받자 수사지휘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하니 기록을 잘 살펴봐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정 씨와 A 검사가 진주지청 근무 당시의 친분으로 식사를 했으며 당시 A 검사는 정 씨가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며 “정 씨도 (접대와 사건청탁 사이의)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이 받은 100만 원에 대해서도 한 검사장이 정 씨 관련 사건을 맡고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마찬가지로 대가성이 없는 돈으로 판단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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