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늘나라 46용사도 이 자리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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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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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 박연수 대위 지각 결혼식… 최원일 함장이 주례 맡아

생존 장병 20여명 참석
“온갖 추측과 소문 때문에
생존자 마음은 수차례 침몰”

22일 광주 서구 농성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천안함 사건’ 생존자인 박연수 대위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결혼식장에는 주례를 맡은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생존 장병이 참석했다. 결혼식이 끝난 뒤 생존 장병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랑 박연수 대위(앞줄 가운데)와 부케를 들고 있는 신부 한아름 씨 뒤로 해군 장교복을 입은 최 함장이 서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22일 광주 서구 농성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천안함 사건’ 생존자인 박연수 대위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결혼식장에는 주례를 맡은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생존 장병이 참석했다. 결혼식이 끝난 뒤 생존 장병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랑 박연수 대위(앞줄 가운데)와 부케를 들고 있는 신부 한아름 씨 뒤로 해군 장교복을 입은 최 함장이 서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생사의 갈림길을 헤쳐 나온 신랑 박연수 군의 결혼식에 함께하지 못한 하늘나라에 있는 우리 전우들을 대신해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주례사 말미에 천안함 46용사를 떠올리는 대목을 읽던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42)이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허공을 쳐다봤다.

22일 오후 1시 반 광주 서구 농성동 G웨딩홀에 천안함 생존 장병 20여 명이 모였다.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건에서 생존했던 작전관 박연수 대위(27)의 결혼식이 열린 날이었다. 박 대위는 당초 4월 10일 천안함 입항 후 결혼식을 올리려 했지만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결혼을 미뤄왔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동갑내기 신부 한아름 씨를 옆에 둔 박 대위의 얼굴은 오랜만에 환한 표정을 되찾았다.

결혼식장에는 부함장 김덕원 소령, 기관장 이채권 대위, 통신장 허순행 상사, 1일 제대한 전준영 예비역 병장 등 천안함 생존 장병 20여 명이 참석해 박 대위의 결혼을 축하했다. 목포해양대 출신인 박 대위를 위해 하얀 정복을 입은 8명의 목포해양대 예도대원들도 신랑 신부의 행진 길에 도열해 힘찬 구령을 울렸다. 이상의 합참의장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도 축사를 보내왔다.

처음 주례를 선다는 최 함장은 주례사에서 “국가를 지킨다는 명예만을 보고 사는 직업군인과 그의 아내로서 두 사람은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위는 하객들에게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다. 앞으로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 꼭 잘살겠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결혼식 뒤 기자와 만난 최 함장은 앞으로의 계획과 최근 발표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최 함장은 “생존 장병들이 잘 회복하고 있어 조만간 임지로 발령받아 복귀할 예정이다. 나도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함장의 자리로 돌아가 생존 장병들과 함께 서해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조사결과에 대해 아직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가고 서운하다”며 “비록 천안함은 한 번 침몰했지만 현장에 있었던 우리의 말과 달리 많은 추측과 소문 때문에 마음속에서 몇 번이나 침몰을 겪었는지 모른다”고 답답해했다. 북한의 검열단 파견에 대해서도 “언어도단”이라며 “국민들이 명백하게 밝혀진 정부의 발표에 대해 신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함장은 결혼식을 앞두고 안타깝게 귀환하지 못한 고 강준 상사를 떠올리며 “원래 9일로 예정됐던 강 상사 결혼식에서도 주례를 서주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 없다는 사실에 마음 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결혼식장을 찾은 생존 장병 중 유일한 제대자인 전준영 예비역 병장은 “지난 며칠간 나를 사칭해 고 이용상 하사의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천안함 사건을 비하하고 ‘용상이가 돈을 빌려갔다’며 돈을 요구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찾아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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