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파업 접고 39일 만에 업무 복귀

  • 동아일보

회사측 원칙대응에 ‘백기’?
외부 호응 없어 이슈화 실패
“현장투쟁 위한 전략적 후퇴” 사퇴한 집행부는 재신임

MBC 노조가 13일 파업을 중단하고 14일 오전 9시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지난달 5일 김재철 사장의 사퇴와 황희만 부사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지 39일 만이다. 노조는 “일시 중단하고 현장 투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측의 원칙 대응 앞에 사실상 전면 후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이날 ‘파업 일시 중단’ 건에 대한 찬반투표를 개표하던 중 찬성이 절반을 넘자 즉각 개표를 중단하고 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노조 재적인원 988명 가운데 639명이 표결에 참가했으며 찬성표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파업 일시 중단, 현장 투쟁 전환’안을 가결했으나 11, 12일 이틀간 총회에서 이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집행부가 모두 사퇴하기도 했다. 이 집행부는 13일 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노조가 파업을 자진 철회한 이유는 이번 파업을 외부 이슈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그들만의 파업’에 그쳤기 때문이다. 파업 기간 촛불집회, 거리홍보 등에 나섰으나 외부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파업 명분이 ‘내부 인사 문제’여서 다른 방송사 노조의 연대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이슈화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 PD직군의 조합원은 “사회적 연대가 부족해 더 이상 파업을 해도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측의 원칙 대응 앞에 노조도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김 사장은 4월 26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4월 27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라”고 통보했고, 이를 거부한 노조 집행부 1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해 지난달 월급을 30% 정도만 지급했다.

MBC 내부에서는 김 사장의 취임 직후 출근 저지 등으로 사측과 갈등을 빚어온 노조가 마지막 수단까지 실행에 옮겼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물러남으로써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간부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MBC의 경쟁력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났으며 이번 철회 건은 MBC와 노조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기자직군의 조합원은 “천안함 사건의 와중에 파업에 들어가는 등 시기도 부적절했지만 아무런 명분이나 소득 없이 파업을 접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앞으로의 현장 투쟁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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