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청양군 공무원 잡는’ 구제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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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이후 일주일째 비상근무로 ‘녹초’
“어린이날 - 어버이날도 못챙겨 죽을맛”

“벌써 1주일째 잠도 못 자고 아이들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루빨리 ‘충남의 알프스’라는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9일 오후 충남 청양군 목면 백곡리 국도 36호선 버스정류장. 인근 정산면 충남도 축산기술연구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청양군 공무원 이모 씨(43)는 일주일째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소독약과 싸워야 했다. 차량들을 서행시키고 노면과 도로 양옆에 설치된 노즐로 소독해야 하기 때문. 날씨까지 더워 방역복 안으론 땀이 흥건히 고인다.

충남도와 청양군은 구제역이 발생하자 축산기술연구소로부터 반경 20km 내에 있는 국도 36, 9호선과 지방도 2, 8호선 등에 방역초소 205개를 설치했다. 청양군 방역망이 허물어질 경우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군과 예산군의 축산경제가 곤두박질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동원되는 인원은 공무원 752명을 비롯해 경찰, 군인, 용역인력 등 2112명. 청양군 직원은 전체 530명으로 이들은 일주일째 하루 12시간씩 교대근무하면서 ‘녹초’가 된 상태다. 또 다른 청양군 공무원 명모 씨(41)는 “비상근무를 하느라 어린이날에 하나뿐인 딸의 얼굴도 못 보고 어버이날에도 전화 문안만 했다”고 말했다. 이명복 청양군수 권한대행은 부군수실에 간이침대를 들여놓고 일주일째 새우잠을 자고 있다.

이 같은 방역활동에도 불구하고 7일 목면 대평리에서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하자 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은 “모든 공무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공기를 통해서도 구제역이 전염되니 가슴만 답답하다”고 말했다.

청양=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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