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교조-전공노 273명 무더기 기소

  • 동아일보

민노당 가입-후원당비 등 불법 정치활동 혐의
‘엇갈린 판결’ 우려 서울중앙지법서 일괄 재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유호근)가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당비나 후원당비 등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낸 혐의(국가공무원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전현직 교사 183명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속 전현직 지방공무원 90명 등 모두 273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수사대상자는 292명이었으나 정치자금 총 기부액이 10만 원 미만 등 사안이 경미한 11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등 19명은 제외됐다. 신분별 기소자는 △국가공무원인 현직 국공립학교 교사 132명 △현직 사립학교 교사 34명 △현직 지방공무원 84명 △전직 교사 및 지방공무원 23명 등이다. 전교조 측은 “전교조 탄압의 결정판”이라며 “검찰의 기소가 정당한지는 법정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 “공무원 중립의무 위반은 중대사안”

오세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교사와 공무원이 민노당에 가입하고 정치자금을 낸 행위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에 규정된 공무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공립학교나 사립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정당에 가입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돼 있는데도 이를 어겼다는 것.

검찰에 따르면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과 양성윤 전공노 위원장 등은 정당 가입이 금지된 공무원 또는 교사 신분으로 민노당에 가입한 뒤 2005년부터 최근까지 당비나 후원당비 명목으로 모두 1억153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7243만 원가량을 냈고, 전공노 공무원들이 2910만여 원을 납부했다. 1인당 평균 30만∼40만 원을 낸 셈. 이들은 대부분 민노당 당원이나 당우, 후원당원으로 가입한 뒤 자동이체서비스(CMS)를 통해 민노당 계좌로 매달 불법 정치자금을 납부했다.

○ 해당 교사와 공무원들 줄징계 받을 듯

이번에 기소된 전교조 교사와 공무원 가운데 68명은 지난해 시국선언 사건으로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시국선언 관련자를 지역별로 분산해 기소했지만, 이번에는 273명 전원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범죄 유형과 법적 쟁점이 동일해 같은 법원에서 판단하는 게 적절하고, 시국선언 사건 재판에서 1심 법원별로 판단이 엇갈린 점을 고려한 것이다.

기소와 별개로 검찰은 다음 주에 행정안전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 수사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며 교사는 시도교육청별로, 지방공무원은 시도별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국공립학교 교사의 경우 징계처분을 받더라도 이후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판결이 확정되면 교사 신분을 아예 잃게 된다. 정당 가입은 법정 형량이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형이지만, 불법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되는 당비 납부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높은 편이다.

○ 민노당 하드디스크 유출 계속 수사

검찰은 2월 당원 명부가 든 하드디스크를 경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빼돌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민노당 관계자들과 미신고 계좌를 통해 당비를 받은 회계담당자 등 민노당 측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273명 외에 더 많은 교사와 공무원이 불법 정치활동을 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파악됐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단서가 나오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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