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3차공판 곽영욱 진술 신빙성 싸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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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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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곽 前사장, 돈 전달 정황 말바꿔”검 찰 “어쨌든 돈 줬다는 진술은 일관”

2006년 12월 국무총리공관에서 당시 한명숙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구체적으로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 다소 흔들리는 진술을 하고 있어 검찰과 한 전 총리 측 간의 법정공방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이번 뇌물수수 사건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11일 2차 공판에서 곽 전 사장은 “당시 오찬 직후 5만 달러가 든 돈 봉투 2개를 (내 자리의)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돈 봉투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주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과는 뉘앙스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곧바로 “검찰 수사 때도 곽 전 사장이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며 곽 전 사장의 진술이 흔들린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2일 3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지난해 12월 말 검찰이 작성한 곽 전 사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곽 전 사장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오찬이 끝난 뒤 오찬장 출입문 근처에서 서 있는 상태로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 봉투를 건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또 ‘혹시 가구 위에 돈 봉투를 올려놓지는 않았느냐’는 검사의 신문에는 “어디 둘 만한 곳이 없었다”고 답했다.

12일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왜 말을 바꿨느냐”고 추궁했다. 곽 전 사장은 “당시 검찰이 이것저것 물어봐 정신이 없었다”며 “의자 위에 봉투를 올려놓은 게 맞다”고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어쨌든 돈을 줬다는 진술은 일관된 것”이라며 “옆 사람과의 거리가 1m 남짓한 좁은 공간의 오찬장에서 ‘죄송하다’며 돈 봉투를 놔뒀다면 한 전 총리가 이를 못 봤을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쟁점인 2002년 998만 원 상당의 골프용품 선물 의혹과 관련해 11일 공판에서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이 ‘언제 왜 만나서, 어떻게 선물했는지’ 꼬치꼬치 캐묻자 “선물한 사실 외에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선물을 건넸다는 날이 수요일인데, 장관이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매장에 가서 골프채를 선물 받은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5일 핵심 증인인 곽 전 사장에 대한 나머지 신문을 마무리하고 총리공관 오찬에 함께 참석했던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동영상 보기 = 한명숙 전 총리, “살아온 인생 걸고 진실 밝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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