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집을 공부방으로… 1년만에 학습부진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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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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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부진 학교서 우수학교로… 충북 청원 만수초등학교의 비결은

충북 청원군 강외면 만수초등학교의 오지윤(왼쪽에서 세 번째) 정지숙 교사(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70㎡짜리 임대아파트에 마련한 ‘실력쑥쑥 공부방’에서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만수초등학교
충북 청원군 강외면 만수초등학교의 오지윤(왼쪽에서 세 번째) 정지숙 교사(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70㎡짜리 임대아파트에 마련한 ‘실력쑥쑥 공부방’에서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만수초등학교
충북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만수초등학교(교장 김경숙) 인근 아파트 2층 거실에는 매일 오후 4시 반 낮은 책상 두 개가 펼쳐진다. 책상 앞에는 이 집 주인이자 이 학교에서 지난해 초 교사생활을 시작한 오지윤(25) 정지숙 교사(25)와 10명 안팎의 이 학교 학생이 얼굴을 맞댄다. 지금은 교사와 학생 모두 익숙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 학교에 함께 발령받은 대학(청주교대) 동창인 두 교사의 설렘과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시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교육 혜택을 받기 어려운 어린 제자들이 항상 눈에 밟혔다. 가까운 학원이 4km 정도 떨어져 있어 교통편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두 선생님은 70m²(약 21평)가 채 안 되는 자신들의 임대아파트에 ‘실력쑥쑥 공부방’이란 무료 공부방을 열었다. 수업이 끝나는 오후 8시면 학교 행정직원의 도움을 받아 승용차 편으로 제자들을 집에까지 바래다줬다. 휴일이나 명절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요즘 새내기 선생님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학생들의 성적표에는 ‘노력의 결실’이 빛난다.

만수초교는 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5명이 학습부진 학생으로 평가받았다. 충북도교육청은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했다.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던 이곳은 대형 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면서 매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먹고살기 바쁜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실력쑥쑥 공부방’을 포함한 이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지난해 실시된 평가에서는 ‘학습부진아 0명’을 기록하며 ‘학력향상 우수학교’로 탈바꿈했다.

학교 측은 시작부터 철저했다. 학생(4∼6학년) 개개인의 성격과 정서적 특성, 행동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학습종합능력 표준화검사를 했다. 학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의 학습습관 바로알기 설문조사를 해 자녀들을 제대로 알도록 도왔다.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을 방과 후 및 야간시간에 집중 지도했다. 전교생의 지속적인 학업 관리를 위해 ‘학업성취 이력관리제’도 도입했다. 오 교사는 “처음에는 제대로 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의 실력이 점차 느는 것을 보면서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원=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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