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자유화-체벌금지 등 확정 안된 ‘학생인권조례’ 경기교육청 “새학기 적용” 공문 논란

  • Array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교육전문가들 “개정 유도는 월권행위” 비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경기도교육청이 조례가 확정되기도 전에 사실상의 두발자율화 등 조례안의 핵심 내용을 초중고교 생활규정에 미리 적용하도록 일선 학교에 공문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조례안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우회적인 방법으로 시행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교육청은 학교별로 3월 새 학기 학교생활규정을 제정·개정할 때 반영할 수 있도록 ‘2010 학생 인권교육 및 신장 계획’을 일선 학교에 시달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계획에는 체벌의 원칙적 금지, 수치로 명시한 두발 길이 규제 금지, 휴대전화의 과도한 제한 및 압수 지양 등 생활지도 때 학생들의 반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안에도 담겼던 핵심 내용들이다.

도교육청은 “학생 인권을 신장하려면 학생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한 생활규정 제정·개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규정을 고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가 개정을 거부해도 제재할 수는 없지만 예산 등 각종 지원 권한을 가진 도교육청의 권고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도교육청은 5∼7월 각 학교가 생활규정을 제대로 고쳤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교육 전문가들 간에는 학생인권조례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도교육청이 사실상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남경희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학교생활규정은 학교 구성원의 합의로 만드는 것”이라며 “단순한 권장사항이면 모르나 사후 점검을 전제로 개정을 유도하는 것은 월권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영규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도 “상황에 따라 생활규정을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교육청이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