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형제 폐지냐 존속이냐 14년만의 선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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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위헌여부 결정

사형제 존폐를 가리는 결정이 14년 만에 다시 내려진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가리는 위헌법률심판 사건 결정을 25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헌재는 당초 지난해 말 이 사건의 결론을 낼 방침이었으나 재판관 9명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선고가 연기됐다. 사형제에 대한 이번 심판은 2008년 9월 광주고법이 전남 보성군 앞바다에서 남녀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어부 오모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6월에는 공개변론도 열었다.

찬반 의견이 분분한 만큼 단순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단순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이 경우 한국 형법체계 전반을 손봐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반면 사형제에 일부 위헌 소지는 있지만 헌법 정신에 합치되도록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한정합헌’이나 ‘한정위헌’ 등 변형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정치범은 사형제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결정이 내려지면 사형제는 존속되지만 법률 개정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열린 첫 번째 심판에서는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사형제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헌재는 “우리 문화수준이나 사회현실에 비춰 당장 무효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사형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현재 국내에는 사형수가 59명 있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23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이후 12년 동안 사행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없앤 국가는 올해 폐지한 아프리카 부룬디와 토고를 포함해 모두 94개국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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