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디자인 도시, 서울에서 답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 WDC 세계디자인도시서밋 23일 개최

세계 34개 도시대표 참석
토리노-서울-헬싱키의 디자인 정책-추진사례 조명

《중국에서는 베이징(北京), 선전(深쉌) 등 8개 도시에서 대표단을 파견한다. 네덜란드에서도 암스테르담과 에인트호번 대표단이 입국한다. 케냐 나이로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표도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서울에 온다. 모두 23, 2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WDC(월드디자인시티) 세계디자인도시서밋’에 참석하는 지역대표단이다. 디자인을 도시의 핵심 가치로 삼으려는 세계 34개 도시 대표단이 먼 길을 마다않고 서울로 모이는 이유는 각 도시의 현재 상황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 정책 추진 사례를 이 행사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다양한 도시, 다양한 디자인 정책

WDC 세계디자인도시서밋은 세계 디자인 도시를 1년간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로 열린다. 각 도시 대표들이 주목하는 프로그램은 올해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서울과 함께 2008년 디자인 수도인 이탈리아 토리노, 차기(2012년) 디자인 수도인 핀란드 헬싱키의 디자인 정책과 비전을 소개하는 시간. 북유럽의 ‘디자인 강호’ 헬싱키와 공업 도시에서 디자인 도시로 전환한 토리노의 성공사례와 함께 전통과 첨단이 혼재한 서울의 ‘현재진행형’ 디자인 정책 추진사례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토리노는 전형적인 공업 도시에서 시 주도 디자인 정책을 통해 디자인 도시로 거듭난 대표사례. 이 도시는 1980년대까지 ‘피아트’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금속, 화학, 항공업체로 들어차 있었다. 1990년대에 공장이 전국 곳곳으로 분산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디자인을 택했다. 토리노가 정한 디자인 철학은 공업 도시의 외형을 보존하면서 도시 전체의 디자인 콘셉트를 통일하는 것이다. 지금은 토리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링고토’가 대표적인 사례다. 원래 피아트 생산공장이었던 건물 외형은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는 콘퍼런스센터와 공원 등이 들어선 복합쇼핑몰로 개조한 것이다.

서울에 이어 2012년 세계 디자인 수도 역할을 맡을 핀란드 헬싱키는 이번 행사에서 ‘100년을 이어온 디자인 도시’로 소개된다. 헬싱키가 자랑하는 도시 디자인의 핵심은 많은 건물을 1900년대 초 유행한 ‘아르누보(비대칭과 곡선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한 건축기법)’ 양식으로 지었다는 점. 과거와 현재의 도시 건물 콘셉트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 온 것이 헬싱키가 도시 디자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꼽힌다.

○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지는 서울

서울이 내세울 수 있는 특성은 600년 전 모습과 현대의 모습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다는 점. N서울타워(옛 남산타워) 바로 옆에 단청을 입힌 전통 기와지붕의 팔각정이 들어앉은 모습은 서울이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이다. 서울시는 이처럼 전통과 첨단이 혼재한 독특한 풍경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정책 목표를 잘 반영한 사례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다. 이곳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라는 이름으로 편의시설과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성곽 일부가 드러나고 백자, 분청사기 등 조선시대 유물이 대량 출토되자 설계를 변경했다. 이어 출토된 유물을 보존하도록 유물전시관을 마련하고 있다. 이름도 ‘역사문화공원’으로 바꿨다.

디자인 정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헬싱키나 토리노와 달리 ‘현재진행형’인 서울시는 전통과 첨단을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행사장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WDC세계디자인도시서밋에서 주요 도시 대표단과 디자인 전문가, 미래학자 등이 모여 디자인과 도시발전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는 23일 마련된다. 24일에는 디자인을 통해 도시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서울디자인도시 선언’을 참가 도시들이 공동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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