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영화, 생각의 보물창고]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데이브레이커스·트와일라잇

  • Array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보는 것 뒤의 진짜 이야기, 알레고리의 매력!

《혹시 ‘알레고리(allegory)’를 아시나요? 알레고리는 어떤 메시지를 더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동원되는 비유법의 일종이에요. 만약 여러분이 A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합시다. 이때 A를 직접적으로 말하면 듣는 사람들은 정확히 알아듣긴 하겠지만 좀 재미없거나 따분해할 수도 있겠지요? 이 순간에 사용하는 방법이 알레고리입니다. A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B라고 하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지요. 그러면 사람들은 ‘왜 저 사람이 난데없는 이야기를 하지?’ 하면서 관심을 집중할 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B란 이야기 속에는 A라는 메시지가 절묘하게 녹아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사람들은 B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지불식간에 A라는 주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되지요. 이게 바로 알레고리랍니다.》

조지 오웰의 대표작 ‘동물농장’이야말로 알레고리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 동물농장에서 우두머리 동물과 나머지 동물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권력구조를 통해 이 소설은 인간사회 속 권력의 부패를 효과적으로 말하고 있지요.

자, 그럼 알레고리란 ‘은유법’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크게 보면 알레고리와 은유는 서로 다르지 않아요. 뭔가를 빗대어 표현한다는 점에선 말이지요. 하지만 알레고리는 은유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랍니다. 은유가 하나의 단어나 문장을 통해 특정 대상을 넌지시 비유하는 것이라면, 알레고리는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은유라는 점에서 다르지요. 예를 들어 볼까요? ‘아, 난 이 사회의 꼭두각시나 다름없어’라고 하면, 이건 직유법이지요. 한편 ‘아, 난 이 사회의 꼭두각시야’라고 한다면, 그건 은유법일 겁니다. 그럼 알레고리란 뭘까요? ‘꼭두각시’란 단어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그저 꼭두각시놀음을 하면서 절망에 빠지는 한 남자의 모습만을 넌지시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면 이 남자의 삶이 꼭두각시 같은 삶이란 주제가 부지불식간에 전해지지요.

어때요. 알레고리, 참 쉽죠? 그럼 지금부터 최근 개봉됐거나 앞으로 개봉되는 영화 가운데 기가 막힌 알레고리를 담은 영화들을 살펴보겠어요.

[1]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먼저 흥미로운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을 볼까요? 먹을 거라곤 싸구려 정어리밖엔 없어 하루하루를 소박하게 살아가는 한 시골마을이 공간적 배경이에요. 말썽꾸러기 주인공 ‘플린트’는 어느 날 물을 음식으로 바꾸는 ‘슈퍼음식복제기’를 발명하게 되지요. 불의의 사고로 이 기계는 하늘 위 구름 속으로 치솟아 올라가 버리고, 이때부터 마을엔 비 대신 각종 음식물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는 얘기에요. 마을사람들은 지긋지긋한 정어리에서 해방 돼 하늘에서 내리는 햄버거와 핫도그와 프라이드치킨과 아이스크림을 배가 터지도록 공짜로 먹게 돼요. 천국이 따로 없다고요? 아니에요. 처음엔 좋았지만, 결국 음식복제기는 돌연변이 분자를 가진 거대 음식물들을 폭탄처럼 쏟아내기에 이르고, 비만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재앙을 맞게 됩니다.

이 영화는 어떤 알레고리를 담고 있을까요? 맞아요. ‘비처럼 내리는 음식’은 현대사회에 넘쳐나는 음식물(패스트푸드 포함)에 대한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지요.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로 더 싸고 빠르고 편리하게 식생활을 해결하게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게 되고 부모님이 직접 해주시는 정성스러운 요리의 소중함을 잊어가게 되지요. 이런 맥락에서 영화 속 ‘정어리’는 바로 정성이 담긴 소중한 음식에 대한 알레고리였지요. 사람보다 큰 돌연변이 치킨은 유전자 변형이란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더 크고 탐스럽게 탄생하는 신종 채소와 과일 등에 대한 알레고리이기도 하지요. 이 영화를 더 크게 보자면, ‘풍족한 물질문명을 누리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증발되어가는 삶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알레고리라고도 하겠지요.

[2] 데이브레이커스
이번엔 ‘데이브레이커스(Daybreakers)’란 영화를 볼까요? 이건 흡혈귀가 떼로 등장하는 끔찍한 영화인데요. 발상이 참 독특해요. 시간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인 2019년. 정체불명 전염병으로 인류 대부분이 뱀파이어로 변해요. 뱀파이어들은 살아남은 소수 인간을 사냥해 그들의 피를 먹고 살지만, 인간이 점차 사라지자 뱀파이어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돼요. 인간을 사육해 피를 생산, 판매하는 뱀파이어 자본가 ‘찰스’(샘 닐)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가운데, 인간의 피를 대체할 새로운 식량 연구에 몰두하는 ‘에드워드’(에단 호크)는 찰스에겐 눈엣가시가 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는 얘기지요.

이 영화에선 어떤 알레고리를 발견할 수 있지요? 그래요. 뱀파이어들의 모습은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고갈되어 가면서 자원의 위기를 겪는 우리 인류의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예요. 에드워드가 개발하려는 대체식량은 태양에너지 같은 대체에너지에 대한 알레고리이고요. 결국 이 영화는 뱀파이어들의 식량으로 전락한 채 한 명 한 명 애석하게 죽어가는 인간들의 모습에 빗대어 점차 고갈되어 가는 소중한 지구자원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지요.

어때요. 영화 속 알레고리를 생각해 보니 알레고리의 의미가 더 또렷하게 다가오지요? 자, 그럼 이번엔 알레고리에 관한 알쏭달쏭한 문제를 하나 드릴게요. 뱀파이어 얘기가 나왔으니,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를 언급해 보겠어요.

[3] 트와일라잇
‘얼짱’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을 볼까요? 여기엔 한 아리따운 여성이 등장해요. 이 여성은 학교에서 피부색이 허여멀건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지만, 알고 보니 그는 무시무시한 뱀파이어였지요.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뱀파이어는 그녀의 피를 빨지 않고 끝까지 지켜준다는 내용이에요.

자, 솔직히 말해서 뱀파이어 남학생이 실제론 있을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영화는 뱀파이어란 존재에 빗대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전하려 하고 있어요. 자, 이 영화의 뱀파이어에 담긴 알레고리란 무엇일까요?

너무 어렵다고요? 힌트 하나를 드릴게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사랑의 영원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 이 힌트를 염두에 두면서 영화 속 뱀파이어에 얽힌 알레고리를 찾아보세요. 문제의 정답은 다음 칼럼을 통해 밝혀집니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