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전봇대를 뽑았다… 흑두루미 2배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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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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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4년 프로젝트 결실… 탐방객은 6배 늘어나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전남 순천만은 멸종위기종 16종이 겨울을 나는 철새도래지다. 현재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다양한 철새 1만여 마리가 월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순천시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전남 순천만은 멸종위기종 16종이 겨울을 나는 철새도래지다. 현재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다양한 철새 1만여 마리가 월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순천시

1일 전남 순천시 해룡면 92m 높이 야산. 관광객 10여 명이 267m²(약 80평)와 42m²(약 12평) 규모의 용산전망대 2곳에서 순천만을 내려다보다 탄성을 질렀다. 때 묻지 않은 2800ha(약 840만 평)의 갯벌과 갈대밭에서 두루미 400여 마리가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올겨울 순천만에서는 두루미 3개종 456마리가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순천만 친환경 프로젝트가 2006년부터 활기를 띠면서 4년 만에 흑두루미 개체수가 2배 늘었다. 순천만 탐방객은 덩달아 같은 기간 6배 증가했다. 순천시와 시민들이 두루미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봇대 200여 개를 없애는 등 그동안 펼친 친환경 프로젝트가 열매를 맺고 있었다.

○ 전봇대 없애기 등 순천만 프로젝트

순천시와 시민들은 2006년부터 순천만이 국제습지보호조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자 친환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먼저 가금류 콜레라 등 질병을 막고 탐방객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부터 했다. 순천만 773ha(약 230만 평)의 갯벌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오리사육농장 1곳과 식당 6곳을 인근 마을로 옮긴 것. 두루미 서식환경을 만들기 위해 2008년부터 2년 동안 순천만 메마른 땅 30ha(약 9만 평)을 물웅덩이인 ‘둠벙’으로 복원했다.

두루미 서식처 안정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두루미를 죽이는 전깃줄을 제거하는 작전에 나섰다. 7개월 만에 순천만에 있던 전봇대 222개를 모두 없앴다. 또 두루미 서식처에 갈대로 만든 350m 길이 불빛 차단막을 설치했다.

농민 40여 명이 참여하는 흑두리 영농단은 두루미 안전지킴이가 됐다. 농민들은 순천만 들녘 60ha(약 18만 평) 일부에 검정 쌀을 심어 거대한 흑두루미 그림을 만들었다. 농민들은 친환경 쌀 250t을 수확하고 관광객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했다. 볏짚은 썰어 들녘에 그대로 나둬 철새 둥지로 활용하고, 수확한 쌀은 매일 400kg를 뿌려 철새 모이로 공급하고 있다. 남는 쌀 200t은 관광객 등에게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종태 흑두리영농단 대표(62)는 “순천만 탐방객들이 흑두루미 서식처에 가까이 가려다 철새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며 선진 탐방문화를 못내 아쉬워했다.

○ 철새 낙원 순천만 관광객 부쩍

현재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 440마리가 순천만에서 월동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 11마리와 천연기념물 405호인 검은목두루미 5마리가 지난해부터 순천만을 찾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 개리 등 멸종위기종 16종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순천만은 조류 85종 1만800여 마리가 월동하는 철새의 낙원이 됐다.

친환경 프로젝트에 힘입어 순천만 중앙들녘 300ha(약 90만 평)도 철새 서식처가 됐다. 그동안은 차량이나 사람들이 접근하는 바람에 철새들이 순천만 곳곳을 떠돌아 다녔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조류연구담당(48)은 “순천에서 편안하게 겨울을 지낸 흑두루미들이 다른 개체들을 순천만으로 데려오고 있다”며 “흑두루미의 월동 북방한계선인 순천만은 5년 안에 흑두루미 1000마리가 월동하는 세계 최고 서식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만이 흑두루미의 국내 최고 서식처로 부각되면서 생태수도 순천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순천만 탐방객은 2006년 35만 명에 불과했으나 2009년 233만 명으로 3년 만에 6.6배로 증가했다. 순천만을 국내 최대 두루미 서식지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 두루미 낙원으로 만드는 것이 결실을 이루면서 순천 지역 경제도 풍요로워지고 있다. 김인철 순천시 철새담당은 “순천은 청정자연과 다양한 문화재를 갖춘 생태수도 기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동영상 = 흑두루미 보려 순천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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