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수사 다음은 누구? 떨고 있는 학원가

  • 동아일보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유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서울 강남 일대 학원가를 수사 대상으로 확대하자 강남 학원가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5일 "이미 입건된 강사가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강남 E어학원과 R어학원을 비롯해 강남 지역 유명 SAT 어학원 서너 곳을 대상으로 삼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이 나서자 정부의 어떤 사교육 대책에도 꿈쩍하지 않던 학원가는 '다음은 누구' 차례인지를 걱정하며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P어학원 김모 실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원가 전체에서 튀는 홍보나 적극적인 학생 유치를 당분간 자제하자는 분위기"라며 "잇따른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SAT 학원이 전체적으로 부도덕한 걸로 비춰지고 있어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타 강사가 있는 학원들은 홍보에 열을 올렸다. SAT '족집게 강의'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폭발하자 일부 어학원들은 강남구 대치동이나 신사동에 분점을 내기도 했다. 미국과 아시아간 시차를 이용해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입건된 김모 씨(37) 같은 '1타 강사'들은 학원 설명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을 홍보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유명 강사가 있는 학원일수록 더욱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두 강사가 현재 몸담고 있는 강남의 R어학원은 봄 학기 프로그램 취소를 검토 중이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미국교육평가원(ETS)가 문제유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모은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수사대상에 오른 이들뿐만 아니라 한번이라도 시험을 봤던 강사들은 몸을 사려 당분간 시험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오히려 반색을 표하는 학원도 있었다. L어학원 이모 원장은 "문제유출을 한 학원들은 불안하겠지만 정직하게 가르친 학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갑다"며 "이번 사건으로 학원가의 부정이 밝혀져 정직하게 가르치는 학원이 잘 되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사들이 SAT 시험에 응시했다고 해서 문제유출이나 부정행위와 관련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이 원장은 "SAT 시험은 강사들이 직접 풀어봐야 앞으로 지문은 어떤 경향으로 나올지 등을 예측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이 시험도 직접 보지 않는 강사를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수강생들 역시 강사가 시험을 직접 시험을 보고 가르쳐야 안심을 하기 때문에 강사가 아닌 직원들에게도 시험을 보라고 권할 정도라고 한다. S어학원 본부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학원에 불법적인 일들을 은근히 부추기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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