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 나라 망신시킨 미 SAT 문제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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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5일 17시 00분




강남의 한 유학학원 강사와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SAT 시험지를 유출한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23일 경기도 한 고교에서 SAT를 치르며 각각 맡은 과목의 시험지를 찢고 수학문제는 공학용 계산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빼내다 현장점검에 나선 미국교육평가원(ETS) 직원에 적발돼 경찰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문제지를 유출해온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네 번째라고 하니 SAT학원가를 중심으로 한 SAT 부정이 얼마나 뿌리 깊은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지난해 1월 태국까지 원정을 가서 문제지를 빼내 e메일로 수강생에게 전송한 학원 강사가 입건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이들의 무뎌진 도덕의식과 함께 그동안 시험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명문대 진학에만 목매는 학생 학부모의 욕심과 이에 편승한 학원들의 빗나간 행태가 빚어낸 합작품입니다. 특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명문대만 들어가면 그만 이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의식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수단 방법은 어떻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학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이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들 나라와 사회에 보탬이 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번에 SAT 주관사인 ETS가 이들을 고발한 것은 주목됩니다.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어도 말썽이 날까봐 쉬쉬해왔지만 부정행위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ETS는 미국 본사 보안 담당자 2명을 한국으로 파견하고 그동안 파악해온 한국 SAT시험 부정행위 자료를 경찰에 모두 넘겼다고 합니다. 나라 망신도 보통 나라 망신이 아닙니다.

미국 대학들이 한국 학생의 SAT 점수는 부정행위로 얻어진 것이라고 믿고 정당하게 점수를 획득한 대다수 한국 학생들이 불이익을 주게 될까 걱정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 시험문제까지 훔치는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돼 대한민국이란 국가브랜드와 한국기업까지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의 깊은 반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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