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넓고 울산보다 예산많은 광역시급… 野 “원천무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 통합의 효과
10년간 6429억 재정지원
자율형사립고 지정 우선권
고도-그린벨트 완화 기대감

■ 적법성 논란
野 시의원들 육탄 저지속
與 의장이 직권상정 처리
성남 시민단체 “낙선운동”

22일 경기 성남시의회의 찬성 의결로 행정구역 통합이 확정된 ‘성남-광주-하남(성광하)’ 통합시는 ‘매머드급’ 도시다. 외형적으로는 기초자치단체로 분류되지만 면적이 서울보다 크고 정부의 통합시 지원 계획에 따라 도지사 못지않은 행정권한과 기구를 갖게 된다. 각종 사업 추진에도 현재보다 더 많은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현안이 해결되고 행정권한이 강화됨에 따라 빨라진 행정 서비스도 기대된다. 예부터 세 도시는 사실상 같은 행정구역이어서 정서적인 갈등은 없지만 야당이 통합 의결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통합 때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 6400억 원 인센티브와 행정 지원으로 발전 기대

정부는 현행 보통교부세액의 약 60%를 10년간 추가 지원하고 통합 이전 수준의 교부금도 5년간 보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통합시에 지원되는 정부 재정만 6429억 원에 이른다. 부시장을 한 명 더 둘 수 있다. 3개 시청에서 단일 시청으로 줄어드는 데 따른 행정서비스 질의 저하를 막기 위해 일반 구(區)도 최대 5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통합시장에게는 50층 이하 건물의 허가권과 지역개발채권 발행 권한 등도 주어진다.

세 도시가 통합되면 예산 규모에서도 3조1658억 원 규모로 2조7135억 원인 광주와 울산(3조62억 원) 대전(2조6820억 원) 등을 앞서는 등 광역시급 면모를 갖추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행정구역 개편의 당위성을 인정한 해당 지역 발전을 위해 당초 약속한 대로 기숙형고교나 마이스터고, 자율형사립고 지정 시 우선권을 줄 예정이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체육시설 등을 지을 때도 통합시에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시 구시가지 주민들이 건물 신축 및 증축 시 적용되는 고도제한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해온 것과 하남시가 시 면적의 85%가량을 차지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줄 것을 요구한 것도 통합시 출범과 함께 일정 부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 한나라당, 직권상정 일사천리 통과

통합시 출범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성남시의회 의결 과정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의결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김대진 의장은 의장석이 아닌 바로 옆 의사팀장 자리에서 본회의를 진행했다. 의장석에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의원 10명이 점거 농성 중이었다.

김 의장은 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의사일정변경안을 받아들인 뒤 곧바로 통합안을 직권상정했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 전원의 동의로 찬성 의결을 선포했다. 야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막았지만 김 의장은 폐회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사용한 의사봉이 부러지고 장애인인 민주당 정기영 의원이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김 의장은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규정에 따라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국민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 야당, 법적 대응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한 통합안은 ‘원천무효’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여야 의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표결이 불가능한데도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찬성했다고 선언했다”며 “명백한 ‘불법’ 처리”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본회의장 폐쇄회로(CC)TV 자료 등 증거보전 신청, 권한쟁의 심판 등을 제기하기로 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도 여전하다. 성남관제졸속통합저지 시민대책위원회 조상정 공동위원장은 “주민투표를 공언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변명 한마디 없이 날치기 처리했다”며 “대책위가 최근 시민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0%가 통합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