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이후 법-검 갈등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법원과 검찰이 이 판사가 공소장 변경 의사를 제시했는지를 놓고 다시 대립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법원으로부터 공소장 변경을 요청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영렬 차장검사는 “이 사건 공판검사는 판결을 내린 이동연 판사와 따로 만난 사실 자체가 없고 만약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이 판사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그와 같은 요청을 하였다는 것인지 스스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14일 무죄 판결 이후 “국회의원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공소가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공식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판사도 판결 이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검찰에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무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하면서 양측 간에 공소장 변경 논란이 일었다.
이 판사는 20일에도 “재판 과정에서 공판검사에게 ‘증거가 불충분하다’거나 ‘공무집행방해죄의 적용에 법리적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공소장 변경을 정식으로 요청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서 전한 말들은 충분히 ‘공소 사실을 변경해 달라’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부지검 형사6부 배성범 부장검사는 이 판사의 말을 반박했다. 배 부장검사는 “공소 사실 변경과 관련한 것이라면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 반드시 내가 보고를 받아야 하는데 검사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며 “우리는 법원이 무죄를 내릴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았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말을 들어보면 정확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이런 대립의 근저에는 법원과 검찰의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공판중심주의란 법정과 사건 현장에서 나온 증거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자는 공판 원칙. 검찰의 사법권 남용을 막고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개별 법관의 자의적 판단과 법원 권한 견제의 어려움을 들어 사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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