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그 후]<7>부산사격장 참사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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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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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온정 감사” 日생존자 출국
상처 딛고 더 깊어진 韓日우정

부산 실내 실총사격장 화재사고가 발생한 부산 중구 신창동 현장에는 출입이 봉쇄된 가운데 입구 앞에 임시로 마련된 가판에서 상인이 장사를 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부산 실내 실총사격장 화재사고가 발생한 부산 중구 신창동 현장에는 출입이 봉쇄된 가운데 입구 앞에 임시로 마련된 가판에서 상인이 장사를 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지난달 14일 16명의 사상자(일본인 10명, 한국인 5명 사망, 일본인 부상 1명)를 낸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 내 실내 사격장 입구는 17일 오전 나무판자로 굳게 닫혀 있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추가 현장검증에 대비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 것. 국제시장을 찾아온 일본 관광객들이 간간이 상인들에게 현장 위치를 묻고는 입구에서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하기도 했다.

화재 발생 후 33일이 지난 이날 오전 하나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유일한 생존자 가사하라 마사루(笠原勝·37) 씨는 일본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출국했다. 그와 가족은 “개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였는데도 부산시와 시민, 한국 정부가 베푼 온정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사하라 씨가 귀국함에 따라 이제 남은 것은 희생자에 대한 보상절차뿐. ‘우선 보상 뒤 책임자에게 구상권 청구’를 담은 부산시의 보상금 지급 조례안이 이날 부산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조례안이 22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부산시는 내년 1월부터 보상심의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사격장 업주 재산과 모금, 부산시 예비비로 우선 지급하되 예비비는 향후 정부에서 지원받기로 했다. 부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이 모금한 성금액은 2000만 원가량으로 다음 주쯤 부산시나 유족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업주 이 씨는 구속 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과실이면 보상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혀 보상절차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돈독해진 우정

17일 오후 2시. 일본 후쿠오카(福岡) 시에서 부산시 국제협력과로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자매도시인 부산시의 신속한 사고 수습에 감사드린다”며 23일경 요시다 히로시(吉田宏) 시장의 친서를 전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부산 일본영사관도 21일 배영길 행정부시장 등 사고수습본부 공무원 10명을 총영사관 관저로 초청해 감사의 뜻을 담은 만찬을 대접하기로 했다.

앞서 2일에는 나가사키(長崎) 현 운젠(雲仙) 시 오쿠무라 신타로(奧村愼太郞) 시장 일행이 직접 부산시를 방문했다. 일본인 피해자 11명 중 9명이 운젠 시 중학교 동문이기 때문. 가네코 겐지로(金子原二郞) 나가사키 현 지사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신속한 조치에 감사하며 우정이 변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화재 다음 날 “사고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돈독한 교류를 이어가자”며 가네코 지사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답방 성격이었다. 일본인 희생자 시신 운구 과정에서 부산시 김형양 문화체육관광국장을 비롯한 공무원 3명이 일본 후쿠오카까지 직접 동행한 데 대해 일본인 유족과 나가사키 현은 깊은 감동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참사 1주기 공동 추모행사 검토

부산과 나가사키는 내년 11월경 부산에서 열리는 ‘제18회 한일해협 연안 시·도·현 지사 회의’에서 다시 한 번 돈독한 우정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 회의에는 부산 경남 제주 전남도와 일본 나가사키 후쿠오카 사가(佐賀) 야마구치(山口) 현이 참여하고 있다. 내년 회의 개최 시기가 사격장 화재 참사 1주기와 맞물릴 것으로 보여 두 나라 지방자치단체는 대규모 추모행사도 적극 검토 중이다. 부산시 김경덕 국제협력과장은 “사고 수습의 마지막 단계인 보상절차만 잘 마무리되면 두 나라 교류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교류도 이어지고 있다. 나가사키 현 전통무용단인 가선회(歌扇會)는 16일 오후 부산의료원에서 환자와 보호자 200여 명 앞에서 공연을 벌였다. 부산의료원 초청을 받고 자비로 한국에서 첫 공연을 벌인 이 무용단은 내년 설에도 공연을 할 예정이다.

○ 참사에도 꾸준한 日 관광객 방문

화재 여파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던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도 꾸준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 1∼13일 하루 평균 일본인 관광객 수는 7000여 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어났다.

한편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지검은 업주 이모 씨(68)와 관리인 최모 씨(38)에 대한 구속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최초 발화지점을 찾기 위해 몇 가지 총기 실험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에 큰 영향은 없지만 화재원인을 명백히 따지기 위해 감정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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