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예산 깎아 지역사업에 배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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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상임위 ‘선심성 심의’ 도마에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삭감한 예산을 지역구 소규모 사업으로 증액하거나 신규 항목을 만들어 배정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심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 복지안전위, 환경도시위, 문화관광위, 농수축지식산업위 등 5개 상임위원회는 7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거쳐 제주도에서 제출한 내년도 일반예산 2조2145억6400만 원 가운데 284억7900만 원을 삭감했다.

기후변화영향 랜드마크사업, 한국 프랑스 화장품 산업기술협력구축사업, 용암해수산업화지원센터 건립 등 국가보조금을 투자하는 중앙지원 예산사업 17건에서 62억6000만 원을 깎았다. 이들 사업에 들어갈 지방비 예산을 삭감해 자칫하면 국고보조금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발의해서 제정한 ‘제주도감채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따라 부채를 갚는 데 쓸 예산 70억 원 가운데 13억 원도 삭감했다. 의원 자신들이 만든 조례를 위반하면서까지 예산을 줄인 것이다.

도의원들은 삭감한 예산 284억7900만 원을 지역사업과 행사 등에 증액 편성했다. 갓길 포장 및 도로개설 사업을 비롯해 자생단체 행사지원 등의 항목으로 증액했다. 지역별로 소규모 주민 숙원사업으로 편성한 예산에 일률적으로 1억 원을 증액하기도 했다. 태권도 장비 구입비, 한의사 축구대회, 국제동호인 농구대회, 한중 축구교류전 등 항목을 새로 만들어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의회가 선심성, 낭비성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하겠다고 언명했지만 스스로 어긴 셈이 됐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나눠 먹기식 예산심의’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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