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교육 활성화 성공사례 와부고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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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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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별 ‘2+1수업’… 대학생 멘터링… 사교육없는 학교 꿈을 현실로”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2009 공교육 성공사례 수기 공모전’에서 경기 와부고 김학일 교장이 대상을 수상했다.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진행한 수준별 교육과정과 인성교육 프로그램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와부고는 지난해 3월 개교한 경기도 최초의 개방형 자율학교.

교육과정과 교수임용, 학습방법 등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는 내년 3월 자율형공립고로 전환된다.》

○ 수준별 수업 ‘2+1제도’

1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고 교무실 앞.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복도에는 기타와 드럼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주인공은 와부고 밴드 동아리인 ‘라스트 페이지’. 라스트 페이지는 이 학교 축제인 ‘달마루 축제’ 뿐 아니라 시도 규모의 대회를 목표로 매일 점심시간마다 연습 중이다. 2학년 권상철 군(16)은 “다른 학교는 점심시간에 자율학습을 하는데 와부고는 오케스트라 동아리, 연극 동아리 같은 각종 동아리가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아침학교’를 통해 하루를 시작한다.

먼저 ‘뇌 호흡’. 학생들은 오전 8시부터 20분씩 외부초빙 강사의 지도에 따라 스트레칭과 명상을 한다. 가슴을 치며 크게 웃는 동작을 따라하기도 한다. 수업 전 마음가짐을 정리하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 7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전학 온 1학년 강지원 양(15)은 “이전 학교에서는 자율학습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했다”면서 “뇌 호흡을 한 뒤 피로가 풀리고 신선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그 다음 프로그램은 학교가 정한 교과별 필독서를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읽는 ‘동책동독(同冊同讀)’. EBS의 영어학습 프로그램 ‘잉글리쉬 카페’를 비디오로 시청하며 영어를 익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와부고 학생들은 영어와 수학시간은 반을 이동해 수준별 수업을 받는다. ‘2+1제도’는 한 학급을 수준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눈 뒤 2개 반을 서로 짝을 지어 상은 상끼리, 중은 중끼리, 하는 하끼리 묶어서 또다시 3개의 수준별 학급으로 나누는 제도. ‘2개의 반을 묶어 3개의 반으로 만든다’는 뜻에서 ‘2+1제도’란 명칭이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수준에 따라 별도로 제작된 교재로 공부한다. 동일한 과목, 동일한 단원이라도 학습목표가 다르다. 예를 들어, 수학 10-나 함수 단원의 경우 상위교재의 학습목표는 ‘함수가 되는 경우를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문제해결에 함수를 이용하는 것’. 반면 하위교재의 목표는 ‘생활 주변의 함수관계가 되는 현상을 찾아 식을 세우거나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런 수준별 수업은 곧바로 효과를 냈다. 올해 9월에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수리영역 1등급 학생 비율이 3월과 비교했을 때 2.4배 증가한 것.

○ 학생이 선택하는 방과후 보충학습

와부고의 방과후 보충학습 프로그램은 학생 중심이다. 교과과정을 더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고급수학’ ‘언어기출문제풀이’ 같은 수준별 심화학습강좌가 개설된다. 또 ‘한국어능력시험’ ‘Basic TEPS’처럼 정규교과과정을 통해 준비하기 힘든 능력시험 및 인증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수업도 있다. 평소 부족하다고 생각한 과목과 분야의 강좌를 선택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다.

언어와 외국어 과목은 무학년제로 운영된다. 1학년도 수준에 따라 2학년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이때 커리큘럼은 물론 해당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의 실명까지 사전에 모두 공개된다. 이런 ‘100% 교사실명제’에 따라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뿐 아니라 교사까지 선택할 수 있다.

심화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과목별로 15∼33명 인원제한을 둔다. 따라서 수강신청을 발 빠르게 하지 못하면 원하는 강의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시작 시간은 밤 12시인데 아이들은 원하는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10분전부터 사이트에 접속해 손을 푼다”고 전했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을 위한 ‘대학생 소규모 그룹 멘터링’도 개설했다. 서울의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을 멘터로 초빙해 대학생 1명당 학생 5명을 배정한 뒤 ‘그룹과외형태’로 운영하는 것. 대학생 선배들로부터 학생들은 과목별 수업뿐 아니라 공부습관과 노하우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얻는다.

○ 인성활동 통해 학생-교사의 원활한 소통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삼겹살 데이’를 꼽았다. 와부고는 학교 주변에 학급별로 33.3m² 크기의 텃밭을 주고 텃밭 가꾸기를 진행한다. 삼겹살 데이는 이 텃밭에서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함께 삼겹살을 먹는 날이다.

또 와부고 학생들은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가 독거노인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삼겹살을 함께 먹으면서 성적이나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와부고는 ‘그린카드제’라는 체벌(?) 제도도 갖고 있다. 학교 규정을 어긴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여하고 벌점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체벌을 하는 제도다. 와부고의 체벌은 어떻게 이뤄질까? 바로 교장, 교감선생님과 함께 학교 뒤편에 있는 예봉산에 오르는 것이다.

이 학교 김병호 교감은 “학생과 함께 산을 오르며 고충을 듣고 학생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김학일 와부고 교장 “예체능 한학기에 집중이수… 블록타임제 수업… 사교육 대신할 방법, 찾으면 반드시 있어요”

김학일 와부고 교장(사진)은 2008년 교장공모제를 통해 이 학교 초대 교장에 선출됐다.

초기에는 신설학교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교육과정 운영 및 학습방법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개방형 자율학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는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로 오해하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교장은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대학생 멘터링’ ‘텃밭 가꾸기’ ‘수준별 심화학습’ 등이 그것이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만큼 경쟁력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교사도 직접 시험 강의를 하도록 해 초빙 여부를 판단했다.

와부고 이미지는 점차 개선됐다. 첫해 신입생 모집에선 지원자 미달 사태가 났지만, 2009학년도에선 2.3 대 1로 경쟁률이 껑충 뛰어올랐다. 김 교장은 “올해는 경기도 62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입학원서를 냈다”면서 “이는 와부고가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와부고는 내년부터 자율형공립고로 전환된다. 김 교장은 “1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시범학교가 존속, 유지됐다는 점은 개방형 자율학교가 미래 공교육의 대안 모델로 평가받았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내년부터 1학년을 대상으로 과목별로 전용 교실을 두고,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이동하는 교과교실제를 운영할 계획. 수업시간을 두 시간씩 묶어서 진행하는 ‘블록타임제’와 음악, 미술, 체육 등 공통교과를 한 학기 내에 이수하는 ‘집중이수제’도 실시한다. 학교에서 거리가 먼 지역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도 추진 중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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