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대부분 “조두순 징역 16년 이상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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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39명 설문

8세 초등생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된 데 대해 일선 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판사들은 "징역 12년보다 높은 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판사들이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끝난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 것은 법원 내에서 관례적으로 금기시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판사 69명 전원이 참여하고 있는 양형연구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열린 세미나에서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에 대한 양형 문제를 토의했다. 발표를 맡은 이효선 판사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적절한 양형의 검토'라는 주제발표에서 형사부 판사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서 판사 39명 전원은 "징역 12년 형을 받은 조두순에게 그보다 높은 징역형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징역 14년 이상을 선고해야 한다'고 답한 판사가 14명(36%)으로 가장 많았고 징역 20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는 판사도 11명(28%)이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19명이 16년 이상의 형이 적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현행 법률이 정한 단일범 유기징역 상한선(15년)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롭게 응답하라는 전제 아래 이뤄졌다.

또 이 사건과 유사한 아동 성폭행 사건 14건의 실제 형량을 분석한 결과 71%인 10건에서 징역 12년 이하가 선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효선 판사는 "현행 단일범 유기징역 상한선(15년)과 무기징역형 사이의 공백이 너무 커서 적정한 양형의 결정이 곤란하다"며 "다만 성폭력 사건이 비난가능성이 크더라도 살인죄 등 다른 강력범죄와의 균형까지 고려해 신중히 개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유기징역의 상한선을 30년으로, 가중처벌 시에는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형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친족간 성폭행이나 청소년 성폭행 사건에 있어서도 실제 형량이 응답자들의 판단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종 전과가 있는 A씨(22세)가 채팅으로 알게 된 B양(17)을 2차례 성폭행하고 피해 배상도 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응답자의 92%(36명)가 4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A씨는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초범인 아버지(52)가 16살 친딸을 3차례 성폭행한 뒤 자백한 사건에 대해서도 82%(32명)가 5년 이상의 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으나 아버지는 실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이종식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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