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외로운 마음까지 수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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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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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결성된 ‘사랑의 집 고치기 범시민운동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인천 중구 율목동의 한 낡은 주택 주방을 고쳐주고 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거주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현장실사를 통해 방과 부엌, 화장실 등을 무료로 수리해준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올 7월 결성된 ‘사랑의 집 고치기 범시민운동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인천 중구 율목동의 한 낡은 주택 주방을 고쳐주고 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거주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현장실사를 통해 방과 부엌, 화장실 등을 무료로 수리해준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17일 오전 11시경 인천 중구 율목동의 한 주택가.
10m²(약 3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돌봐 줄 자식이 없어 홀로 살아가고 있는 최모 할머니(72)에게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최 할머니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지은 지 20년이 넘어 비나 눈이 오면 항상 천장에서 물이 새 눈앞에 다가온 겨울을 나기가 두려웠다》

‘사랑의 집 고치기 운동’ 독거노인-장애인 가정에 큰호응
내년 사업 확대… 인천시 지원받아 2084가구 수리계획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매달 34만 원을 받고 있지만 생활비와 약값으로 쓰기에도 모자라 집을 고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인천지역 건설업체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무료로 지붕을 수리해주고, 곰팡이가 새까맣게 슬어 있던 천장과 벽면을 모두 새 벽지로 말끔하게 도배해줬다. 최 할머니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혼자 사는 늙은이를 위해 집을 고쳐줘 고맙다”며 “이젠 비나 눈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든든하다”고 말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7월 인천에서 결성된 ‘사랑의 집 고치기 범시민운동협의회’ 활동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이 협의회에는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인천시회와 인천상공회의소, 인천경영자총협회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인천지역 자원봉사단체와 기업까지 합치면 모두 80곳이 넘는다. 이들은 그동안 소외계층의 주거환경을 바꿔주는 사업을 개별적으로 도와 왔으나 좀 더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협의회를 만들었다.

집을 고쳐주는 대상은 정부에서 생계비를 지원받는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가정 등이 대부분이다. 인천지역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상자를 추천하면 협의회에서 현장 방문을 통해 적격 여부에 대해 조사한다. 대상자가 결정되면 건설업에 종사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현장에 나가 수리 규모를 결정한다. 주택 상태에 따라 대규모(주택 내외부 전면 수리 및 신축)와 소규모 수리(도배, 장판, 싱크대, 보일러, 창틀, 문짝 등 수선), 물품교체(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지원) 등으로 나눠 사업에 들어간다.

사업비는 협의회에 참가한 단체와 기업이 낸 후원금으로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와 지자체가 맡는다. 집 고치기 사업에 필요한 인력과 자재, 가구 등을 후원하는 회원도 많다는 것이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협의회는 12월까지 430가구의 주택을 수리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집 고치기 사업이 크게 확대된다. 인천시는 소외계층의 주거환경에 대한 일제조사를 통해 협의회와 함께 내년 12월까지 2084가구의 주택을 수리해주기로 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737가구), 혼자 사는 노인(481가구), 장애인(256가구), 한부모가정(234가구), 소년소녀가장(14가구), 기타(차상위 및 저소득층·362가구) 등이다. 이 가운데 지은 지 오래돼 건물구조가 위험한 294가구는 주택 내외부를 모두 수리하거나 아예 새로 지을 계획이다. 사랑의 집 고치기 범시민운동협의회 정해영 회장(73)은 “내년에 사업이 확대되는 만큼 더 많은 기업과 단체가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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